[뉴스토마토 이준영기자] 정부는 2일 개성공단 중단 사태 이후 위기에 빠진 입주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3000억원 규모의 운전자금을 투입하기로 했으나 정작 입주기업들의 시름은 여전하다.
공단이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출 형태의 지원은 기업에 또 다른 빚이 돼, 결국 재정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다. 물론 일시적인 숨통은 트이겠지만 근원적 문제 해결방안은 아니라는 주장도 잇달았다. 기업 사정을 고려치 않은 천편일률적인 대책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개성공단에서 의류를 만들어 국내에 납품하는 업체 관계자는 "지원책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공장이 멈춰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대출로 피해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황당하다"며 "돈이 없는데 지원 대출금은 또 어떻게 갚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성공단에 묶인 원부자재 25억원과 설비 등을 합쳐 120억원의 피해가 예상되고, 거래처도 다 끊겨 자금이 바닥난 상태"라고 덧붙였다.
개성공단의 또 다른 의류 제조업체 역시 저금리라지만 대출 형식의 지원은 결국 빚을 내라는 것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업체 관계자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손실 피해에 대해 일부분이라도 무상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업 중단으로 돈이 안 들어오는 상황에서 거래처들은 결제해 달라고 아우성인데다 직원들 월급까지 밀려서 여러 모로 힘들다"며 "정부의 대출 지원은 결국 빚더미에 앉게 되는 지원책"이라고 힘줘 말했다.
◇개성공단 전경 (사진제공=통일부)
기업들의 피해 상황은 업종별, 규모별로 각기 다름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원책이 일률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공단에서 유니폼을 제조하는 한 업체는 "지원책이 일률적이어서 우리 회사에는 불리한 점이 많다"며 "회사마다 지원책을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이번 사태로 도산하면 안 된다"며 "업종별, 기업별 특성에 맞게 맞춤식 지원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입주기업들의 유동성 문제뿐 아니라 거래처 유지, 협력업체 지원 등에도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정부합동대책반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을 위해 3000억원 규모의 운전자금 지원책을 발표했다. 지원내용은 ▲남북협력기금 특별대출(630억원) 금리 2% 대출 ▲중소기업창업 및 진흥기금(1000억원) 금리 2% 대출, ▲정책금융공사 온렌딩(1000억원) ▲신기보 특례보증(369억원) 등이다.
한편 이날 정부가 개성공단입주기업에 대한 피해대책을 내놓자 개성공단 영업기업 연합회는 "입주기업 뿐 아니라 85개 영업기업에 대한 대책도 강구해달라"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개성공단 철수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단을 내린 정부에 대한 관련 이해 당사자들의 불만은 끊이질 않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