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유사보도' 실태조사에 나선 배경을 두고 "방통위가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들에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경재 방통위원장 취임 이후 새 방통위가 체제를 갖춘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산적한 현안은 제쳐 두고 가장 먼저 '유사보도 뿌리뽑기'를 추진하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라는 지적이 많다.
방통위가 정작 각종 문제를 노출하고 있는 종편에 대해서는 미온적 입장을 보이는 것도 이런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10일 방통위는 "전문편성 방송사업자의 유사 보도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일반 케이블PP들은 방송법상 보도 프로그램 방송이 허용된 지상파방송, 종합편성채널, 보도PP 등에 해당되지 않는데도 시사 해설·논평을 통해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논리다.
방통위는 실태조사 결과 금지사항을 어긴 사업자는 법령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방통위 관계자는 "일부 PP들이 선거보도를 한다든지 일반 뉴스포맷과 동일한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다. 이에 대한 조사는 전부터 계획하던 것으로 최근 유사보도 문제가 계속 지적돼 시작한 것"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된 종편 압력 의혹에 선을 그었다.
(사진=조아름기자)
이어 이경재 위원장은 13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왜 유사보도 채널과 종편을 연결시키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종편 허가 후 방송이 시작된 지 1년 정도가 지났는데 당초 취지에 맞게 가고 있는지는 우리가 여러 부분에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유사보도 채널의 경우 허용되지 않은 보도를 하는 것으로, 실체적으로 불법방송"이라며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고 저 스스로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조사해 보자고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방통위가 십여년 간 논란이 돼 온 유사보도 문제에 대해 지금 칼을 빼 든 배경을 놓고 업계 관계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일반 PP들의 편성을 일일이 검열하겠다는 것인데 과연 그게 방통위가 할 일인지 의문"이라며 "사실 일반 PP는 방통위 관할도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방송법 시행령 50조5항은 보도 PP가 아닌 일반 PP의 경우 프로그램 편성의 80%를 전문 분야 방송으로 구성하고 나머지 20%는 교양과 오락의 내용으로 부편성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는 있지만 학계에서는 대체로 20% 내에서는 편성의 자율권이 인정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보도의 경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아직 나오지 않았음에도 방통위가 무리하게 조사를 강행한다는 점이다.
방통위는 올해 말까지 '보도·교양·오락에 대한 편성 규제' 비율과 분류 기준 등 세부 기준(고시)을 마련하겠다며 방송 사업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결국 방통위는 '무엇을 문제로 볼 것인가'에 대한 잣대도 없이 '문제를 들여다 보겠다'고 나선 셈이다.
게다가 의견수렴 과정에서 정작 규제 당사자인 일반 PP들은 배제되고 있다. 케이블 PP관계자는 "방통위가 그 문제와 관련해서 부른 적이 없다"며 "종편이 할 말이야 뻔한데 한 쪽편의 말만 듣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 종편 계열의 유력 신문사들이 몇일에 걸쳐 유사보도를 지적하는 기사를 내보내자 방통위가 신속히 행동에 돌입한 점 역시 방통위가 종편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에 힘을 싣는다.
종편과 이를 소유한 언론사들은 지속적으로 일반 PP의 뉴스보도를 문제삼았다. 특히 10일 오전 종편 계열의 한 조간 신문은 경제채널의 유사보도를 규제하지 않는데 대해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하자 그날 오후 방통위가 허겁지겁 실태조사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방통위가 그동안 여론의 질타를 받아온 종편의 시사보도프로그램 과잉에 대해 정작 뒷짐을 져온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새삼 높아지고 있다.
승인 당시 종편이 약속한 보도 편성은 25%였다. 하지만 공공미디어 연구조사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선 직전 8일간 종편 채널의 시사보도 편성비율은 MBN 72.5%, 채널A 65.5%, TV조선 58.1%, JTBC 36.4%에 이른다.
또 대선 기간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전체 심의 건수 66건 중 종편이 절반이 넘는 34건을 차지했다.
방통위는 이제야 시행령과 고시 제·개정을 통해 종편 채널의 보도 편성 비중에 상한선을 도입할 계획을 밝혔지만 '만시지탄'이라는 평가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종편의 등장은 이미 방송·광고 시장을 교란시켰다"며 "엄격한 재승인 심사을 진행하고 타 매체와의 비대칭 규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