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정상적인 부부사이에도 강간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법률상 아내도 형법상 강간죄의 대상이 됨을 명확히 한 것과 아내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입장을 분명히 한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대법원전원합의체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16일 폭행과 흉기로 아내 조모씨(41)를 위협해 강제로 성폭행 한 혐의(성폭력특례법상 특수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강모씨(45)에 대한 상고심에서 강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3년6월에 정보공개 7년 등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로 실질적인 부부관계가 유지되고 있다면 남편이 강제로 아내와 성관계를 가졌더라도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종전 판례를 변경했다.
재판부는 "형법상 강간죄의 대상인 '부녀'는 곧 여성을 가리키고 법률상 처를 제외하는 명문 규정이 없기 때문에 법률상 처 역시 강간죄의 대상이 된다"며 "민법상 부부 동거의무에 성생활을 함께 할 의무가 있더라도 아내에게 폭행과 협박으로 강요된 성관계를 감내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부부사이에서 혼인관계가 파탄 된 경우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도 남편이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으로 아내를 간음한 경우에는 강간죄가 성립하며,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이상훈, 김용덕 대법관은 "실질적 혼인관계에서라도 폭행과 협박으로 인한 강제적 성관계는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다수의 견해에 찬성한다"면서도 "강제적 간음에서의 '간음'은 부부아닌 남녀가 성적관계를 맺는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법률상 처는 이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부부간 강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2001년 8월 조씨와 결혼한 강씨는 2011년 11월 자택에서 주먹으로 조씨의 얼굴을 폭행하고 흉기를 휘둘러 위협한 다음 강제로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강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정보공개 7년, 전자발찌 부착 10년을 명령했다. 2심 재판부 역시 강씨에게 강간죄의 유죄를 인정했으나 형사처벌의 전력이 없고, 이혼시 조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한 점, 둘 사이의 불화가 강씨와 처가와의 갈등에서 비롯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징역 3년6월로 감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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