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추진하는 양적완화(QE)를 둘러싼 효과와 종료 시기에 대한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오는 22일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의회에서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준 통화정책,경제에 도움 안돼..규모 축소해야
20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리처드 피셔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국 경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연준 양적완화가 미국 경제를 살리는 데 효과를 발휘했는지 확신하기 어렵다"며 "양적완화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갑작스런 중단은 시장에 지나친 충격이 될 수 있는 만큼 점진적인 축소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피셔 총재는 "고용 개선에 있어 노동참여율은 무척 중요한 고려 사항"이라며 "연준 통화정책은 견조한 일자리 창출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질적인 측면에서의 고용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3월 미국의 실업률은 7.6%로 2008년말 이후 최저치로 내려갔지만 구직을 포기한 사람까지 합하면 실제 실업률은 11.4%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또 일하고 있거나 직장을 구하는 사람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노동참여율은63.6%로 1979년 이후 최저였다.
이는 2007년 12월 경기침체가 시작되기 직전의 66%를 밑도는 수치로 그 만큼 미국에서 노동시장을 떠난 인구가 늘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양적완화로 풀린 저금리 자금으로 부자들은 더 부유해졌지만 근로자의 삶은 더욱 피폐해졌다는 주장이다.
피셔 총재는 양적완화 축소를 주장하는 '매파'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 다른 위원들도 양적완화 규모 축소에 동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최근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준 총재와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준 총재는 연준이 멀지 않은 장래에 자산 매입 규모를 줄이는데 찬성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플로서 연준 총재는 이달 초 "당장 중단하길 바라지만 속도를 늦춘 다음에 점차적으로 축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美고용 뚜렷한 '개선'..QE 지속해야
반면, 연준의 양적완화가 고용 개선 등 경제를 살리는데 큰 기여를 했으며 당분간 축소보다는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여전하다.
20일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시카고에서의 강연을 통해 "연준이 사상 최대 규모의 부양책을 실시하면서 미국 경제는 빠른 속도로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실업률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등 노동시장에서 연준의 양적완화는 잘 작동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어 “문제는 우리는 그런 개선세가 지속되고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 얼마나 자신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며 “이런 평가가 가능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최근 연준 고위 인사들의 양적완화 축소 주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에반스 총재는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투표권을 갖고 있다.
이에 앞서 나라야나 코컬라코타 미니애폴리스 연준 총재도 "연준이 긴축정책으로 전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비용이 클 경우에만 긴축에 나서야 한다"며 부양정책을 지지했다.
코컬라코타 총재는 "현재 개선되는 금융시장 안정과 관련된 긴축정책으로부터의 이득은 크지 않고 추측에 불과하다"며 "반대로 고용과 물가 측면에서 볼 때 긴축으로 인한 손실은 중대하고 분명하게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수준에서 물가와 고용에 대한 전망은 향후 2~3년간에도 너무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며 "부양정책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냉키 발언 '주목'..금융시장 향방 가를 듯
◇벤 버냉키 연준 의장
이처럼 연준 양적완화 종료 시기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해지면서 투자자들은 오는 22일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미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에서 어떤 발언을 내놓을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짐 오설리반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와 관련해 현 시점에서의 포인트는 시행 여부가 아니라 종료 시기”라며 “시장은 버냉키 의장 의회 증언에서 그 힌트를 얻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의회 증언에 앞서 벤 버냉키 의장은 지난 18일 한 강연에서 혁신이 미국 경제를 이끌 것이라며 경제 낙관론을 제시했지만 통화정책에 대한 코멘트는 일절 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 종료에 대한 발언을 할 경우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파워드 라자크자다 GFT마켓 스트래티지스트는 "관건은 연준이 통화정책 방향을 바꿀 때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 것이냐"라며 "지금처럼 뚜렷한 조정 없이 랠리가 지속될 수록 충격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경제가 견조한 회복세를 유지한다면 충격은 단기간에 그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마기 파텔 웰스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일반적으로 여름철에는 경제지표가 부진한 데다 증시가 조정을 겪는다면 지금부터 여름까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경제 펀더멘털이 견조하기 때문에 조정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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