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폴리실리콘 '철수' 박막태양전지는 '유지'..왜?
2013-06-03 16:37:38 2013-06-03 16:40:45
[뉴스토마토 최승환기자]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었던 대기업들이 폴리실리콘 관련 산업 철수에도 박막형 태양전지 사업은 유지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폴리실리콘(결정형) 태양전지 사업에서 손을 뗐지만, 박막형 태양전지 사업은 유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폴리실리콘 제조에서 완전히 철수했지만, 박막형 태양전지 사업에서는 아직 철수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이미 시장이 포화된 결정형 태양전지의 경우 규모의 논리가 지배해,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반면 박막형 태양전지의 경우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사업의 근간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국내 대기업들은 아직 양산할 만큼의 기술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고, 태양광 시장 침체 또한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삼성SDI(006400)는 지난해 결정형 태양전지 생산을 중단했다. 폴리실리콘을 주 재료로하는 태양전지 사업이 공급 과잉 상태여서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박막형 태양전지 사업은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결정형 태양전지보다 기술력을 더 필요로 하는 박막형 태양전지의 경우 경쟁력만 뒷받침 된다면 시장성은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7일 현대중공업(009540)KCC(002380)와 합작으로 설립한 폴리실리콘 제조업체 케이에이엠(KAM)의 지분 49%를 전량 무상소각하고, 폴리실리콘 사업에서 손을 뗐다. 다만 현대중공업은 프랑스 생고방사와 합작한 박막형 태양전지업체 현대아반시스에서는 의사결정을 미룬 상태다.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 삼성SDI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박막형 태양전지 사업에서 쉽게 철수하지 않는 이유로 결정형 태양전지보다 사업 유지가 수월하다는 점을 꼽고 있다.
 
전체 태양광 산업은 매년 성장하고 있지만, 결정형 태양전지는 중국발 공급 과잉에 가로막혀 대부분의 기업들이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 피 튀기는 혈투에 시장 1위 기업마저 무너졌다.
 
반면 박막형 태양전지의 경우 시장이 아직 본격적으로 개화하지 않고, 개별 기업별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규모 공장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기술 개발에 몰두하면서 시장이 살아나길 기다릴 수 있어, 유지 수단으로 최적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분석이다.
 
또 박막형 태양전지 사업이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는 점도 업체들이 쉽사리 포기하지 못한 이유로 꼽힌다. 기술력보다 물량을 앞세운 중국 기업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유일한 분야이기 때문에 박막형 태양전지에 대한 국내 기업의 관심이 높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결정형 태양전지보다 싼 가격도 박막형 태양전지의 장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박막형 태양전지는 90년대 중반부터 차세대 태양전지라는 평가를 받아왔다"며 "가격이 저렴하고,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계속 사업을 영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박막형 태양전지의 수요는 앞으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박막형 태양전지는 대규모 발전단지 이외에도 건물일체형 태양광 발전설비(BIPV)와 소형 충전기 등 다양한 방면으로 적용될 수 있다.
 
에너지 전문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체 태양전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 13.1%에 불과했던 박막형 태양전지는 해마다  20% 이상 성장해 오는 2015년이면 17.1%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전세계 태양광 기술별 생산현황. (자료제공=SNE리서치)
 
그러나 박막형 태양전지의 점유율을 폭발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광변환 효율(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시키는 비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 현재 폴리실리콘 태양전지의 광변환 효율은 최대 20% 가량이지만, 박막형 태양전지의 경우 13% 정도에 그치고 있어 효율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뒤쳐져 있다.
 
한국태양광협회 관계자는 "박막형 태양전지 사업에서 대기업들이 철수하지 않는 이유는 태양광 산업이 호황기를 맞았을 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라며 "광변환 효율을 더 높일 수 있다면 쓰임새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아반시스나 삼성SDI가 결국 제품 양산에 돌입하지 못한 점이 박막형 태양전지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당초 지난해 11월 양산에 들어가기로 했던 현대아반시스는 현재 지분 매각 등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사업 철수를 결정할 수 있다.
 
삼성SDI 역시 아직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단계다. 광변환 효율을 17%까지 끌어 올렸지만, 아직까지 양산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세계 박막형 태양전지 시장의 대부분을 미국의 퍼스트솔라가 독식하고 있어, 국내 기업이 시장 진입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태양전지 기업들이 결정형 태양전지 시장에서 철수했듯이, 앞으로 박막형 태양전지 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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