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대다수 벤처기업들이 빈사 상태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 또한 여전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다. '중기·벤처' 대통령을 자처한 새 정부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12일 CEO스코어가 국내에서 벤처로 시작해 성공기업 반열에 오른 '천억 클럽' 회원사 329개사의 지난해 경영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영업이익률과 당기순이익률 등 수익성을 나타내는 주요 경영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3만개에 육박하는 벤처업체 중에서 상위 1%에 속하는 천억 클럽 회원사들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6.8%, 당기순이익률이 3.7%로 집계됐다. 굴뚝산업으로 표현되는 전통 제조업체들의 이익률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이는 또 2011년의 영업이익률 7.3%, 당기순이익률 5.1%에 비해서도 악화된 수치다.
전체의 87.5%를 차지하는 288개 회사가 전자부품이나 자동차부품 등을 생산하는 제조 벤처로, 이들은 주로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 등 대기업에 의존하는 협력사였다. 이들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4.2%에 그쳤다.
천억 클럽 회원사 중 영업이익률이 20%가 넘는 업체는 14개로, 전체의 4.2%에 불과했다. 또 영업이익률 10%를 상회한 비율 역시 15.8%에 그쳤다. 통상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벤처기업의 영업이익률이 20%를 넘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벤처 현실은 걸음마 단계를 벗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10%를 기준으로 이를 상회할 때 자립형으로 풀이한다.
◇벤처기업 이력 기업 중 2012년 결산 기준 매출 1000억 이상 기업 대상(단위:백만원) (자료제공=CEO스코어)
NHN(035420) 등 대형 검색포털과 넥슨·
엔씨소프트(036570) 등 일부 대형 게임업체들의 경영성과는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이들은 천억 클럽 전체 매출의 12.3%, 전체 순이익의 66.0%를 담당하고 있었다. 이들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5.1%, 당기순이익률은 20.0%으로 집계됐다.
반면 이들 24개 회사를 제외한 305개 회사의 평균영업이익률은 4.2%, 당기순이익률은 1.4%로, 벤처업계 내에서도 극심한 편차를 보였다. 양극화의 그늘이 벤처업계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제조업체 가운데 전자부품업체(73개)와 자동차부품업체(52개)의 영업이익률이 3.7%와 3.8%로 3%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벤처기업들은 대기업들이 쳐놓은 ‘가두리 양식장’에서 ‘먹이’(물량) 공급을 줄이거나 끊으면 고사될 수밖에 없는 물고기 신세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상대적으로 자립도가 높은 IT서비스 업종 내에서도 NHN을 포함한 일부 대형 포털과 대형 게임업체들만이 벤처의 영예를 누릴 뿐, 선진국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천억 클럽 회원사 329곳 가운데 SW업체는 7개가 전부이고, 이들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5%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전년(3.0%) 대비 하락했다.
조사를 주관한 CEO스코어는 "전체 벤처기업 중 상위 1%에 속하는 천억 클럽 회원사들마저도 이익률이 떨어지는 추세인 데다, 대기업 영향권에서 자유로운 곳이 많지 않아 자력 성장의 생태계가 거의 파괴됐다"고 분석한 뒤 "거래선과 시장을 다각화해 자생력 있는 벤처로 거듭나는 게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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