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최근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이 일부 지분(7.99%)을 매각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매각대금이 무려 821억원에 이르렀던 터라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는데요. 인터넷업계에서 투자금 회수를 의미하는 ‘Exit’이란 뜨거운 감자와도 같습니다.
어떤 이들은 ‘먹튀’라는 원색적인 표현으로 비난을 가하는 한편 또 어떤 이들은 “생태계 구축을 기대할 수 있다”는 우호적 평가를 내리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인터넷업계 Exit,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 논란은 다른 업종보다 인터넷업계에서 유독 빈번하게 나타나곤 합니다. 시장 특성상 유동성이 풍부하고 서비스 결합이 손쉬워 인수합병(M&A) 사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드라마틱한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창업가 대부분이 자수성가했으며, 20~30대에 이용자가 집중된 서비스 특성상 젊은 사업가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인터넷업계에서는 검색엔진 ‘첫눈’을
NHN(035420)에 매각한 장병규 대표, 태터앤컴퍼니를 구글에 매각한 노정석 대표, 티켓몬스터를 리빙소셜에 매각한 신현성 대표, 이니시스를 비시스캐피탈에 매각한 권도균 대표 등이 있습니다.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최용식 기자)
그리고 게임업계서는 김택진
엔씨소프트(036570) 대표, 김정률 전 그라비티 회장, 방준혁 넷마블 창업자 등이 Exit에 성공한 사례로 꼽힙니다.
이들은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손을 쥐며 거부의 반열에 오릅니다. 아마도 지난 세월 고생했던 게 눈 녹듯 씻겨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간 업무에 찌들며 못했던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를 믿고 고생한 사람들에게는 돌아가는 것이 없다면 직원들은 심한 허탈감을 느낄 것입니다. '먹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아무리 오너의 역할이 크다고 해도, 그 많은 리스크를 짊어졌다고 해도 성과는 직원들과 함께 만든 것입니다. 과실을 소수만 맛본다는 것은 불공평합니다.
이는 주식회사의 비민주적 특성에 기인합니다. ‘1주 1표’라는 점에서 한 사람이 지분 대다수를 가지면 그야말로 독재자 위치에 설 수 있습니다. ‘1인 1표’로 대변되는 민주주의가 배치가 되는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회사가 효용이 있는 것은 승리자와 패배자의 극심한 차이를 기반으로 경쟁과 생산성 발달을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원동력이었죠.
따라서 Exit은 인정해야할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재벌과 대기업 중심의 사회에서 또다른 슈퍼 플레이어를 만들어 공정경쟁과 계급이동의 가능성을 높여줍니다. 그리고 이들에게 새로운 생태계 구축을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대신 Exit에 성공한 창업가들은 인정받을 만한 행동을 해야 합니다. 그 돈이 다 자기 노력으로 이뤄진 결과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같이 고생한 직원과 사회에 무엇을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최용식 기자)
예컨대 실리콘밸리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비서조차 백만장자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너가 지분을 독식하지 않고 “모든 사원 부자되기”라는 모토로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엔젤 투자자로서 후배양성을 힘을 기울이는 성공 창업가들이 많습니다.
이럴 때 Exit은 인정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만약 사생활에 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취미생활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쓰며, 은둔생활을 하는 오너라면 존중받기 힘들 것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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