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증권 유관기관인 예탁결제원(예탁원)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관의 임직원들은 안도하는 모양새다.
(사진=한국예탁결제원)
증시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에도 최악의 기관 평가를 모면하면서 직원들은 예상치 못한 성과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
특히, 김경동 예탁원 사장의 경우 양호한 기관장 평가를 받으면서 자신의 거취에 대해 안도하고 있다는 말이 직원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지난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예탁원은 '2012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에서 C등급을 받았다. 지난 2011년 평가에선 A등급을 받았지만 1년 만에 성적이 두 단계나 하락한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와 세계경기 침체로 인한 국내 주식시장의 거래대금이 크게 감소하면서 예탁원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영향이 크다.
실제로 지난해 예탁결제원의 매출액은 1289억원으로 직전년보다 8.5% 감소했다. 당기순익과 영업이익도 각각 24.3%, 39.9% 급감한 618억원, 287억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기획재정부는 예탁원의 경영 투명성 제고 등을 위한 감사 역할을 부족했다고 평가해 감사 평가에서 D등급을 부여했다.
예탁원 관계자는 "예탁원은 수익의 대부분을 수수료에 의존한다"며 "이 가운데 거래대금에 연동되는 증권수수료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지난해 시장 상황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평가 결과가 안 좋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영평가의 계량 평가 가운데 증권수수료 부분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증권 거래량이 줄면서 예탁원의 수익이 반 이상 감소하다보니 평가 결과가 직전년에 비해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예탁원은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해당 기관의 직원들의 반응은 의외로 긍정적이다.
지난해 국내증시 침체로 예탁원의 실적하게 나오면서 최악의 기관평가 결과를 예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최악의 상황을 면하게 되면서 기대하지 않은 성과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년 시행되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경영평가는 임직원들의 성과금에 영향을 미친다.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으면 상당한 인센티브를 받지만, D·E등급을 받으면 인센티브가 전혀 없다.
특히, A~C등급을 받은 기관은 평가 결과에 따라 월 기본급의 최고 300%까지 성과급(경영평가급)이 차등 지급된다.
한 예탁원 직원은 "그동안 사장을 포함한 임원들은 정부의 기관평가를 빌미로 직원들에게 업무나 후생 복지에 있어 많은 압박을 해 대다수 직원들은 기관평가 결과를 D등급으로 예상했었다"며 "하지만, C등급을 부여받으면서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또 다른 예탁원 직원도 "이번 결과로 성과금이 146.7% 정도 나오는 것으로 안다"며"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다들 기대를 안 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지금은 용돈벌이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원들뿐만 아니라 김 사장도 이번 경영평가 결과로 자신의 거취에 대해 안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예탁원 내부에서 회자되고 있다.
앞서 김 사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임명된 증권 유관기관 중 현직에 남아 있는 마지막 인사인데다 독단경영을 이유로 노동조합과 갈등을 겪으면서 교체설이 꾸준히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번 기관장 평가에서 김봉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동일한 B등급을 부여받으면 서 내년 8월까지인 임기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
또 다른 예탁원 관계자는 "2주 전부터 공공기관 평가와 기관장 교체를 연계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있었다"며 "김 사장은 기관장 평가에서 B가 나와 스스로 유임됐다고 자평하는 상황으로 직원들은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김 사장의 거취 문제가 경영평가와 무관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관장 평가가 좋게 나와도 결국 인사는 정부에서 하는 것"이라며 "현재 정부가 거래소 이사장 선임을 홀딩한 상황이라 시간이 지연되고 있지만, 거래소 이사장 선임이 확정되면 김 사장의 인사가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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