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 조선업을 영위하는 한 업체는 최근 수주 증가로 매출이 다소 늘었으나 올해 설비투자를 지난해보다 30~40% 줄일 계획이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의 저가수주 방식 때문에 타격을 받고 있는데다 경기마저 불확실성이 커 투자를 늘리기 쉽지 않다고 이 업체 관계자는 토로했다.
국내 기업 10곳 중 4곳이 올 하반기 설비투자 규모를 지난해 하반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전국 1000여개 업체를 대상으로 '2013년 하반기 기업 설비투자 전망'을 조사한 결과, 전년동기 대비 올해 하반기 설비투자 규모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43.4%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답했다고 26일 밝혔다.
'지난해보다 늘리겠다'는 기업은 34.4%, '줄이겠다'는 응답은 22.2%로 집계됐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대됨에 따라 투자에 대한 정확한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상의는 "세계경제 회복 지연과 내수 부진으로 설비투자가 지난해 2분기 이후 계속 감소하는 추세"라며 "대내외적 경제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도 생산주문량이 늘지 않는 이상 설비규모를 늘리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2013년 하반기 설비투자 전망 조사'(자료제공=대한상의)
업종별 설비투자 계획을 보면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은 '자동차·운송장비'(55.3%) 업종이 가장 많았고 이어 '건설'(44.8%), '전기·가스'(40.7%), '섬유·의복·신발'(37.6%) 등의 차례로 나타났다.
반대로 투자를 줄이겠다는 기업은 '자동차·운송장비'(36.5%)업종에서 가장 많았고, 업황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조선'(34.1%), '기계'(32.9%) 등이 뒤를 이었다.
하반기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들은 그 이유로 '기존 노후시설 개선'(42.1%)를 첫 번째로 꼽았고, 다음으로 '신규사업 진출'(25.1%)과 '미래대비 선행투자'(19.9%), '국내외 경기 회복 기대'(11.2%) 등을 차례로 들었다.
투자확대에 가장 큰 애로사항을 묻자 전체 응답기업의 65.3%가 '경기전망 불확실성'을 꼽았다. 이어 '자금조달'(20.4%), '신규투자처 부족'(7.9%), '각종 규제'(6.3%) 등을 문제로 들었다.
투자활성화를 위한 최우선 정책과제로 기업들은 '세제 개선'(49.1%)과 '저금리 자금조달'(46.0%), '환율 등 금융시장 안정'(28.2%), 'R&D 및 신성장동력 지원'(21.9%)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상반기 중 경제지표가 크게 개선되지 못한 가운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 중국의 경제불안 등으로 하반기 경기 회복도 불투명해졌다"며 "기업들의 투자계획이 더욱 보수적으로 운용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기업에 부담을 주는 세제, 규제 등을 최소화하고 자금지원, 수출지원 등을 통해 기업의 투자 의욕을 높이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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