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공약 버리기 이미 시작됐다
경기침체로 재정지원 한계..건설경기 어려워 민자투입도 쉽지 않아
우선순위 배정, 후순위 다행..`폐기 공약` 늘어날 듯
2013-07-02 17:40:19 2013-07-02 18:19:28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의 `지역공약`이 구조조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공약 버리기`가 본격화 된 것.
 
박 대통령과 정치권이 모든 지역공약의 이행을 고집하면서 정부가 지역공약 이행을 위한 2차 공약가계부를 준비하고는 있지만, 지난 5월말 1차로 발표된 공약가계부의 재정도 부족한 상황이라 지역 공약간 우선순위 배정 과정에서 사실상 포기하는 공약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국회)
기획재정부가 2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한 지역공약 이행계획에 따르면 현 정부가 지난 대선 때 약속한 지역공약 105개를 모두 이행하는데 소요되는 재원은 124조원에 이른다.
 
이는 지역공약 외에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 등 일반 공약 소요재원 135조원에 맞먹는 규모로 지방공약의 계속사업 40조원과 신규사업 84조원 등 국비와 지방비, 민간투자자본을 모두 합한 금액이다.
 
105개 지역공약 중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사업, 남해안 철도고속화사업 등 굵직한 지역 숙원사업이 포함돼 있다.
 
경기도 일산 킨텍스와 수서, 인천 송도와 서울 청량리, 의정부와 금정을 잇는 3개 수도권 GTX에는 13조원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6조원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북 김천과 거제를 잇는 남부내륙고속철도 사업도 대표적인 지역공약이다.
 
여기에 춘천-속초간 동서고속화철도 사업과 전남 여수에서 경남 남해를 연결하는 동서교류 연륙교(가칭 한려대교) 사업도 포함돼 있으며, 광주 송정과 전남 목포를 잇는 KTX사업, 충남 논산과 대전, 세종, 청주를 잇는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사업도 추진목록에 포함됐다.
 
이번 지역공약 이행계획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동남권 신공항 건설사업도 이미 예산이 반영된 국가사업인 만큼 절차에 따라 추진될 것으로 보고됐다.
 
이번 지역공약 보고로 사실상 모든 대선공약의 현주소를 파악한 정부와 정치권은 공약 이행과 재정보호라는 각자의 마지노선을 놓고 본격적인 줄다리기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지역공약현황을 보고하면서도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고, 재정의 큰 테두리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재원의 조달과 배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최대한 원안에 가깝게 해달라"고 주문했고, 한 최고위원은 "지방공약 이행이 원안대로 잘 수행될 수 있도록 철저한 노력을 확실히 해달라"고 압박했다.
 
가장 큰 쟁점은 재원이다.
 
지방재정이나 민자를 동원해 중앙정부의 부담을 줄인다고 하더라도 경기둔화와 세수부족까지 겹친 상황에서 본공약에 이은 지역공약까지 정부가 부담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24조원의 지역공약 예산 중 절반은 국비로 지출될 전망이다.
 
현오석 부총리가 "중앙정부 차원에서 일방적으로 소홀하게 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도 "재원조달과 배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추가경정예산과 경기활성화대책들이 100% 효과를 발휘할 것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우리 경제가 2.7%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보고 있고, 2분기까지의 세입여건도 전년동기대비 10조원 이상 구멍이 난 상황이어서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정부 대신 지역사업을 책임져 온 지방공기업들의 재정상황이 이미 상당히 악화돼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1년 말 현재 지방공기업의 총자산은 160조원이지만 최근 5년간 영업손실, 당기순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수익성은 최악의 상황에 빠져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출자한 7개 지하철공사는 14조6000억원의 누적결손으로 자본잠식률이 44%이며, 15개 도시개발공사와 4개 기타공사 등은 지역 개발사업에 40조원을 투입하고도 사업비 회수를 제대로 하지 못해 유동성 부족과 재무건전성 악화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1차 일반 공약에 대한 공약가계부에서 중증질환 지원이나 기초연금 등 상당부분의 공약이 수정된 것처럼 지역공약 역시 상당부분 수정 또는 폐기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오석 부총리가 "지역공약 중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나온 것은 공약을 수정해서라도 반드시 추진하겠다"면서 공약 수정론을 들고 나온 것도 이러한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정부가 공약 추진의 원칙을 고수하더라도 현재의 재정여건상 수정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우선순위를 배정하더라도 후순위에 배정된 공약들은 자연스럽게 다음 정권에 이행시기가 넘겨지거나 폐기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전 정부에서 한국개발연구원이 사업타당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한 춘천-속초간 동서고속화철도사업과 같이 사업타당성 평가 등이 공약 구조조정의 척도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변수는 1년 남짓 남은 내년 지방선거다.
 
정치적인 판단에 따라 사업의 우선순위가 정해질 경우 정치적인 쟁점이 적은 지역공약 일부는 후순위로 밀려나거나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건설경기 침체도 변수다. 민간 건설업체의 운영난과 건설경기 침체를 감안하면 민자를 통해 임기 5년간 지역공약을 완료하기는 더욱 힘들 수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역공약 사업 중 신규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우선순위별로 진행하되 타당성이 부족한 사업은 과감하게 수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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