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애플이 그간의 감정싸움을 접고 삼성으로 돌아설까. 시장에서 다소 섣부른 예측마저 제기된 가운데 삼성전자 측은 "지나치게 먼 미래에 대한 이야기"라고 경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5일 애플이 오는 2015년 내놓을 아이폰7(가칭)에 삼성전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탑재가 결정됐다는 일각의 주장과 관련해 "전혀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그간 수차례 14나노 핀펫 공정을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지난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그렇게 말했다"며 "다만 언제부터 양산이 가능할지, 또 20나노 대비 그 성능은 얼마나 우수한지에 대해서는 언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외비인 영업기밀인 만큼 조심성이 확연히 묻어나왔지만 애플과의 관계에서 회복으로 볼 만한 뚜렷한 청신호가 없는 점은 분명해 보였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다만 "최대한 양산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애플은 지난해 특허소송이 불거지자 그 과정에서 탈 삼성 전략을 꺼내들었다. 지난해 9월 출시한 아이폰5에서 모바일 D램 등 삼성전자 메모리칩을 뺀 것을 시작으로, 내년에 선보일 아이폰6의 AP를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의 TSMC로부터 공급받기로 했다.
시장은 이를 애플의 감정싸움 연장선상으로 해석했다. 자신들이 만든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글과 삼성전자가 주인 노릇을 행세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애플은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비난해 왔던 터다. 특히 막강한 제조력과 마케팅 역량을 바탕으로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주자로 올라선 삼성전자에 대한 분노와 시기가 짙었다. 특허소송이 발발한 직접적 이유였다.
물론 여전히 시장 일각에서는 소송전과 사업을 별개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진다면 손을 못 잡을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삼성이 그간 애플 등 경쟁사에 대한 대외적 입장 표명을 자제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법정에서는 승패를 결정지을 맞수이지만 동시에 시장의 큰 수요처임은 분명했다.
◇아이폰5에 탑재된 삼성전자의 AP 'A6'.(사진=위키피디아)
다소 엇갈린 시장의 전망을 좌우할 변곡점은 기술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미 지난해 12월 영국 암(ARM)사와 케이던스(Cadence), 멘토(Mentor), 시놉시스(Synopsis) 등 4개 업체와 공동으로 14나노 핀펫 공정에 최적화된 최신 IP 및 설계 툴을 사용해 저전력 공정 구현에 성공했다.
업계는 오는 2015년 삼성전자가 14나노 핀펫 공정으로 AP를 양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같은 시기 경쟁사인 TSMC는 16나노 핀펫 공정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술력에 있어 삼성전자가 TSMC보다 한 분기 정도 앞서 있다는 얘기다. 이는 삼성전자가 애플을 불러들일 수 있는 최대 유인책이다.
핀펫(FinFET)이란 누설전류를 줄일 수 있도록 3차원 입체구조로 소자를 만드는 기술을 말한다. 소자 구조가 2차원 평면구조인 기존 공정과 비교해 저전력 고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으로 갈지, TSMC로 질지, 아니면 양쪽 다 나눠 가질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핀펫에 달려있다"면서 "양사 중 누가 더 핀펫 공정을 잘 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애플의 멀티 밴더 전략에도 주목했다. 한 부품을 여러 개 협력사들로부터 공급받고, 자연스레 이 과정에서 가격경쟁을 유발해 공급가를 깎는 것은 애플의 대표적 전략 중 하나다. 송 연구원은 "최대 고객사인 애플이 먼저 나서 어느 한 쪽에 다 주겠다고 말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송 연구원은 그러면서 "가령 TSMC에 전량 공급을 맡길 경우 TSMC가 물량을 소화해내지 못하거나 성능에 문제가 생긴다면 애플이 난처해질 수 있다"며 "삼성이 TSMC보다 핀펫 공정 개발에 한 분기 정도 앞서있는 상황이라 삼성에 A9 공급을 맡길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역시 이 점을 잘 알기에 경쟁사에 대한 직접적 언급보다는 기술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자극'이 아닌 '기술'로서 애플과의 관계를 복원하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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