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과거사 관련 국가배상 청구소송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의 조사보고서에 모순이 있거나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에는 법원이 증거조사를 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앞서 지난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이른바 '진도군 민간인 희생 사건' 희생자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6.25 전쟁 당시 국군 등이 무고한 주민들을 학살한 '함평양민학살사건' 피해자 유족인 정모씨(64)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과거사위의 조사보고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거사관련 국가배상 소송의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지만, 개별 사안에서 모순이 있거나 유족 및 참고인 진술 등의 증명력 등이 부족할 경우 증거조사를 거쳐 진실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보고서가 인정한 정씨 아버지의 사망일과 정씨가 주장한 사망일이 다른 점 등에 비춰볼 때 정씨의 부친이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고 추정하기 어렵고, 과거사위에서도 정씨 아버지를 희생자로 추정하는 결정에 그쳤다"며 "관련 증거조사를 거쳐 조사보고서 기재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원심의 판단은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1950년 5월 당시 전남 함평지역에서 의경으로 근무하던 정씨의 부친은 경찰에 연행됐다가 8월쯤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후 정씨는 부친이 국군의 공비토벌 과정에서 무고하게 희생됐다며 과거사위에 진실규명신청을 냈고, 과거사위는 '정씨의 부친이 양민학살에 의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씨는 이를 근거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1심은 "국가가 정씨에 대해 3억9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고, 항소심은 배상금 규모를 1억7000만원으로 감액했다.
한편 대법원은 또 다른 정씨 등 3명이 같은 취지로 낸 소송에서 정씨 등을 피해자로 확인한 과거사위의 자료를 근거 삼아 "국가는 7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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