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유로존이 6분기 연속 경기침체를 털어내고 올 3분기부터 회복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유로존 경제지표가 일제히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페인, 이탈리아 등 부채국들 또한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유로존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유럽 중앙은행(ECB)은 유럽경제가 저금리 기조와 수출 증가에 힘입어 올해 말부터 서서히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조업·서비스업 동향 확장세 ‘진입’
5일(현지시간) 마르키트가 발표하는 유로존 17개 회원국의 7월 복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5로 지난달의 48.7을 웃돌았다.
수치가 경기확장을 뜻하는 50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2년 1월 만에 처음이다.
◇유로존 7월 복합 PMI <자료제공=마르키트>
부문별로 보면 제조업 부분이 전달보다 1.5포인트 상승한 50.3으로 집계됐다. 서비스업 지수는 49.8을 기록해 전문가 예상치인 49.6과 전월의 48.3을 모두 웃돌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호전된 PMI지표를 근거로 유로존 경제가 장기간 이어오던 침체를 벗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롭 돕슨 마르키트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기업의 자신감이 회복되고 경제지표가 개선되면서 조만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뒷받침해 줬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 동안 유로존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됐던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회복되면서 전체 PMI 수치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그 동안 역내 주요국들의 선전에 힘입어 경제지표가 개선되거나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던 것과 상반되는 부분이다.
이샤크 시디키 ETX 캐피털 투자전략가는 "유로존 위기국을 중심으로 경제가 나아지기 시작한 것"이라며 "이제까지 경기 회복세를 견인한 것은 유로존 핵심국가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복합 PMI는 각각 근 2년만에 최고치인 48.6, 49.7을 각각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스페인 복합 PMI <자료제공=마르키트>
서비스 분야도 살아났다.
스페인의 서비스 PMI는 2011년 이후 최고치인 48.5를 기록했다. 이는 비록 경기확장을 나타내는 50선은 넘지 못했지만 스페인 서비스업이 살아나고 있음을 암시했다.
또 이탈리아의 서비스 PMI는 48.7을 기록해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프랑스 서비스 PMI는 11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영국 서비스 PMI는 2006년 12월 이후 최고치인 60.2로 집계됐다.
◇유로존 실업자 ‘감소’..근 2년 만에 처음
유로존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던 노동시장 문제도 나아지기 시작했다.
지난 1999년 창설된 유로존은 최근 6분기 동안 고용부진과 소매판매 위축 탓에 역대 최장기 경기침체를 경험해왔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는 지난 6월 실업자수가 전달보다 2만4000명 감소한 1926만6000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유로존 실업자 수가 감소한 것은 지난 2011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조나단 로이네스 캐피탈 이코노믹스 경제 전문가는 "7월 PMI와 고용 동향이 유로존의 침체 탈피 가능성을 높였다"고 진단했다.
유로존 경제기대지수가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인 점도 긍정적이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에 따르면 유로존의 7월 경제기대지수는 전달 보다 1.2포인트 오른 92.5를 기록했다. 이는 2012년 5월 이후 최고치다.
국가별로는 유로존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독일이 0.7포인트 상승했고 프랑스는 1.2포인트 올랐다.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각각 2.9포인트, 1.2포인트 씩 오름세를 보였다.
◇하반기엔 성장할 것 VS 안심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빠르면 3분기나 올해 말쯤 유로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워드 아처 IHS 글로벌 인사이트 이코노미스트는 "오늘 나온 유로존 PMI 덕분에 국내총생산(GDP) 하락세가 중단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며 "하반기에는 경제주체들의 자신감이 커지고 고용과 소비지출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덴 오뜨 IMG 유로존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올 하반기부터 유로존 경제가 점진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젬 BNP파리바 애널리스트는 "만약 복합 PMI가 지금같은 수준만 유지한다면 이번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보다 호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유로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에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았다. 부진한 소매판매 지표와 실업률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5% 감소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0.9% 줄었다. 식 음료, 담배 소비가 0.6% 줄어든 것이 소매판매 감소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됐다.
다만 피터 반덴 오뜨 ING 수석 유로존 이코노미스트는 "6월 소매판매는 5월 판매가 예상보다 증가한 영향으로 하락한 것이며 경제가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업률이 4개월째 12.1%를 기록하고 있는 점도 유로존 회복에 악재다. 유로존 실업률은 지난 3월 사상 최고치인 12.1%를 기록한 이후 4개월 연속으로 동일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롭 돕슨 마르키트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일자리 감소세가 16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좋은 소식도 들리고 있으나 노동시장이 여전히 유로존 경제 회복에 걸림돌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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