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금융소비자 보호에 '시큰둥'
2013-08-12 07:00:00 2013-08-12 07:00:00
[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연초부터 당국의 드라이브로 시작된 금융 소비자 보호 바람이 은행과 보험업계로 확산되고 있지만, 증권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업황이 최악의 상황을 지나고 있는데다가, 증권업의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인 규제에 대한 반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뉴스토마토)
 
내년 상반기 금융소비자보호원 출범을 앞두고 은행권과 보험업계는 신설 부서를 만들며 소비자 보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대형 증권사를 제외한 대다수 증권사들은 기존의 감사나 준법팀에서 해당 업무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소비자 보호에 대한 정부의 의지에는 공감하지만, 비용 부담과 업무 중복, 그리고 업종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인 소비자 보호 강조는 동의하기 힘들다는 정서가 깔려있다.
 
내년 상반기 금소원 신설..은행·보험권, 소비자보호부서 신설·확충
 
지난달 23일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금감원에서 완전히 독립시키는 내용의 '금융감독체계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 따르면 금감원과 별도기구로 무자본 특수법인인 금소원이 신설된다. 금소원은 은행·보험·증권·카드 등 전 금융권을 감독 대상으로 한다. 금융민원과 분쟁 조정, 금융교육과 정보 제공, 금융약자 지원, 금융상품 판매 관련 영업행위 감독 등을 하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해당 방안을 국무회의에서 보고하고, 오는 9월 국회에 법개정안이 제출될 예정이다.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년 상반기에는 현재의 금감원과 대등한 지위를 가진 금소원이 출범하게 된다.
 
금융당국의 소비자보호 강조에 발맞춰 은행권을 중심으로 소비자 보호 열풍이 불고 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하반기 조직개편을 통해 '소비자보호본부'를 신설했고, 기업은행(024110) 역시 올해 초 수석부행장 직속 '금융소비자보호팀'을 새로 만들었다.
 
우리은행도 민원 담당 독립부서인 '금융소비자보호센터'를 수석부행장 지속으로 신설하고, KB국민은행은 매월 21일을 'KB금융소비자의 날'로 지정했다.
 
보험업계 역시 별도의 소비자보호 부서를 신설해 소비자보호 강화에 발 벗고 나섰다.
 
올해 초 LIG손해보험(002550)은 '소비자보호팀'을 만들었다. 비슷한 시기 삼성화재(000810)는 기획실 산하의 '소비자정책팀'을 신설했고, 한화생명(088350)은 기존 고객서비스팀 이외에 '고객전략팀'을 새롭게 선보였다.
 
◇대다수 증권사, 기존 체제 유지.."별도 조직 신설 계획없다"
 
KDB대우증권(006800)우리투자증권(005940), 삼성증권(016360), 대신증권(003540) 등 대형 증권사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증권사들은 소비자보호를 위해 별도의 조직을 신설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감사나 준법팀, 고객지원센터 등 소비자보호 관련 부서에서 고객보호를 위한 시스템과 제도를 완비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신영증권(001720)은 소비자보호 관련 신설 부서를 만들 계획이 없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감사나 준법팀에서 해당 업무를 수행해왔다는 것.
 
하이투자증권 역시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 별도의 전담부서 설치는 아직 계획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에 따라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 전담부서와 담당자, 그리고 금융소비자보호책임자를 지정해 운영을 준비중"이라며 "별도의 전담부서 설치여부는 업계동향을 파악한 뒤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동양증권(003470), 메리츠종금증권(008560), KTB투자증권(030210), NH농협증권 등도 기존의 소비자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를 유지하거나 전담부서와 담당자를 지정해 운영하는 수준에서 소비자보호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증권업계 "소비자보호 취지 공감하나, 비용 부담·업무 중복 우려"
 
금소원의 출범 확정과 함께 소비자보호 드라이브가 금융권에 확산되면서 증권업계에서는 기업환경 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비자보호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비용 부담과 업무 중복 등으로 기업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는 "이번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로 보인다"며 "금융회사도 이에 맞춰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많은 투자와 비중을 높이고 있어 금융소비자에게 많은 편익이 돌아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좋지 않은 금융환경에서많은 비용 등 큰 지출이 예상돼 기업환경에는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도 "현재 경제 상황이 불투명한 가운데 투자자인 금융소비자를 두텁게 보호한다는 원천적인 신설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기존 금융감독원의 업무를 보강·개편해 해결할 수도 있는 문제를 굳이 새로운 기관을 통해 감독하게 하는 것은 금융감독원의 감독 기능에 대한 신뢰에 상처를 줄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행정손실과 업무 상충에 따른 금융투자업자의 업무만 과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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