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헌철기자] 정부의 강력한 우윳값 인상 자제 요청을 받아들인 대형마트의 제품 매입 거부 압박에
매일유업(005990)이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이와는 별도로 공정위와 국세청 등을 동원해 납품업체에 대한 대형마트의 부당행위를 지적, 감시했던 정부가 이제 와서 물가 인상 자제 등을 이유로 사실상 갑인 대형마트의 위치를 악용했다는 지적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대형마트의 입점 거부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사실상 종전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사실상 인상 철회와 마찬가지이다.
매일유업은 이날부터 흰 우유 1L 가격을 10.6% 올린 2600원에 공급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하나로마트,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며 종전 2350원에 판매한다고 발표하는 한편 다시 매일유업과 비공식 협의를 벌였다.
이들 대형마트들은 가격 철회를 하지 않으면 우유를 공급받지 않겠다며 매일유업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매일유업은 합의점을 찾기 전까지 대형유통업체에 종전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기로 합의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판매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거부하자 결국 제조업체 입장에서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대형마트 복수의 관계자는 "마트와 매일유업 바이어들이 만나 가격 협상을 벌인 결과 종전 가격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유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압박에 밀린 대형마트들이 소매가격 인상을 거부하자 납품업체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유업체들에게 사실상 '갑'인 대형마트의 거부권에 공급가격은 사실상 환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매일유업의 가격 환원에 서울우유 등 우유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250원 가격 인상을 고수한다고 밝혔지만, 매일유업의 공급가격 환원이 알려지면서 대형마트 측과 분주히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2011년 가격 인상 이후에도 정부의 압박으로 가격 할인 행사를 진행해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원유가격 인상과 물가 상승으로 부득이 가격 인상으로 고수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형마트들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지 않아 영업부문 직원이 고심 끝에 대형마트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여 사실상 공급가 인상 철회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 30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이마트(139480)·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 하나로클럽,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실무자급 간담회를 갖고 우유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요청을 가진 바 있다.
결국 최고 '갑'인 정부의 요청에 '을'인 대형마트가 호응했고, 이는 또다시 대형마트의 상대적 '을'인 유업계에 압박으로 악용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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