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수사 중에 검찰이 대신 받은 부당 보수에 대한 반납각서는 효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2일 부산저축은행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가 주모씨(44)를 상대로 낸 각서금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주씨는 부산저축은행에 근무하던 동생의 부탁으로 자신의 명의를 부산저축은행의 특수목적법인인 레드핀 설립에 빌려주고 그 대가로 매월 급여명목으로 총 1억5000만원을 받았다.
이후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거쳐 파산하고 경영자 비리가 대대적으로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부산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는 주씨 등 명의여자들이 받은 급여를 부당수령 급여로 보고 반납받기 위해 각서를 받기로 했다.
그러나 부산저축은행 본점 등이 피해자들로부터 점거되고, 예금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등 관련업무가 폭증하면서 여의치 않자 예금보험공사는 부산저축은행을 수사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협조를 요청했고, 중수부 소속 검사가 주씨 등으로부터 각서를 받았다.
예금보험공사는 이 각서에 근거해 주씨를 상대로 부당 지급된 급여를 반환하라고 요구했으나 주씨가 "당시 각서는 수사기관이 받은 각서로 예금보험공사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며 거부했다. 이에 예금보험공사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각서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 주씨에게 1억5000만원을 반납하라고 판결했으나 2심 재판부는 이를 깨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 주씨는 각서 작성 당시 검사를 각서의 상대방으로 인식했던 것으로 보일 뿐, 부산저축은행이 받는 것으로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부산저축은행의 추인 여부와 관계 없이 각서는 부산저축은행에 대해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또 "각서 작성 장소가 대검 중수부 사무실로서, 피고로서는 부당 수령 급여와 관련해 횡령 등의 범죄사실로 처벌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피고에게 검사의 각서 작성 요구를 거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예금보험공사가 상고했으나 대법원 역시 같은 취지로 예금보험공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사진=뉴스토마토DB)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