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전셋집도 매물 없어 '헛걸음'
강남 고가 아파트 노후화로 초고가 주택 임차수요 늘어
2013-08-23 08:52:06 2013-08-23 08:55:14
[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강남 아파트 한채 값을 훌쩍 뛰어넘는 초고가 전셋집도 매물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비수기에도 10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전세를 찾는 수요가 꾸준하지만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성동구 갤러리아 포레 인근 G부동산 관계자는 "얼마전 35억원에 전세 물건을 구해 달라는 연락이 왔는데 그 가격에도 집을 내놓겠다는 사람이 없어 계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십억씩 하는 초고가 주택시장에 무슨 전세난이 있겠냐 하겠지만 다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말했다.
 
성수동 일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최고 실거래가를 기록한 갤러리아 포레는 전세 대기자만 10명이 넘는다. 올해 8월 입주 2년에 접어들며 공급 268㎡(80평) 매물 1건이 20억원에 나와 있는 상태다. 하지만 문의가 많은 299㎡(90평)~331㎡(100평)대는 여전히 물건이 없다.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 전경(사진제공=더피알)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이 대부분 직접 거주 중"이라며 "50억원이 넘는 집에 사는 사람들이 35억원 받자고 집을 빼주고 이사 가겠냐"고 말했다.
 
갤러리아 포레의 경우 월세 매물 구하기도 어렵다. 고가 전·월세 수요자들은 대부분 압구정동, 삼성동, 도곡동 등 강남 고가주택에 살던 사람들로 원하는 집에 살기 위해 기꺼이 수십억원의 전세는 물론 수천만원의 월세까지 지불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수요에 비해 매물이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법인 고객이 초고급 주택의 월세 수요자인 경우가 많다. 현재 공급 233㎡ 월세가 1200만원 수준이다. 현재는 1500만원까지 올려 불러도 물건이 없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최고급 빌라촌의 대명사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UN빌리지에도 수백여 가구 중 현재 나와 있는 전세 매물은 단 4가구다. 위치와 면적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셋값 시세는 대게 25억원을 호가한다.
 
평창동과 성북동에 공급된 고급 타운하우스 오보에힐스와 게이트힐스는 물건이 없어 호가조차 없는 상황이다. 전체 가구수가 각각 20여 가구에 못미치지만 계약자 대부분이 실거주자다.
 
평창동 H부동산 관계자는 "고급 빌라는 투자목적으로 집을 사지 않는 실거주자가 주로 산다"며 "게이트힐스는 임차하겠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대기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초고가 아파트의 전셋집 구하기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기존 강남 고가 아파트가 노후화되면서 신규 고급주택에 대한 수요는 높아지고 있지만 경기 불황 여파로 공급은 끊긴 상황이다.
 
장재현 부동산뱅크 팀장은 "전세난이 지속되며 전세가가 매매가를 추월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고급 주택은 무턱대고 공급이 늘 수 없는 상황에서 수요자가 꾸준한 만큼 전셋값 상승세가 더욱 가파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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