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신권 교환을 위해 여의도의 한 은행을 방문했다. 입출금 상담 전용 창구에서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던 A씨는 생각보다 대기시간이 길어지자 점점 짜증이 났다. 대기1번으로 금방 차례가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상담창구는 쉽게 자리가 나지 않았고, 대출 창구와 환전 창구 직원들은 고객이 없어 서로 잡담을 하면서도 대기 중인 A씨를 나몰라라 했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대출상담 직원에게 직접 요청해 금세 구권을 신권으로 교환했다. A씨는 은행들이 말로만 고객 만족을 외친다는 생각에 몹시 불쾌했다.
은행을 방문하는 고객들이 줄면서 점포를 구조조정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점의 '칸막이 업무'가 빈축을 사고 있다. 업무 영역에 관계 없이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일조차 담당이 아니라는 이유로 고객을 방치하고 있어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은행을 직접 방문해 업무를 보는 창구거래 비중은 11.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채널별 금융서비스 처리 현황을 집계한 결과 은행 이용자들의 88.4%가 스마트폰, 인터넷뱅킹, 텔레뱅킹 등 비대면거래에 의존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동화기기와 온라인 거래 도입으로 은행지점을 찾는 고객들이 줄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점포당 직원수를 줄이거나 점포를 통폐합하는 등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고객 방문이 줄어 하는 일 없이 업무시간을 때우는 직원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부 점포는 업무 영역을 철저히 구분해 입출금계 상담 창구는 고객으로 붐비는 반면 개인대출 창구는 한산한 '업무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입출금계 창구는 대출상담 창구에 비해 고객 1인당 창구에 머무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지만 대출상담 창구보다 많은 고객이 몰린다. 대출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무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주부 이 모씨는 "대출상담 창구는 텅텅 비어 있는데 입출금계 창구만 사람이 붐비는 경우가 많다"며 "굳이 업무를 구분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씨는 "업무가 구분돼 있더라도 고객이 한쪽에 몰려 있으면 유연하게 업무를 처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간단한 업무라면 고객이 대기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업무분담과 상관 없이 고객이 없는 창구에서 일을 처리해주는 것이 진정한 고객 서비스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든 지점이 칸막이 업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주거지 밀집 지역에 위치한 은행 점포의 경우 월말 공과금 납부 등으로 대기 고객이 많을시 청원경찰까지 동원해 안내를 돕는 점포도 많다. 기업금융 및 PB(Pravate Banking) 등 분야가 매우 다른 특정 업무를 제외하고는 개인금융 업무를 서로 구분하지 않고 처리하는 것이다.
직장인 박 모씨는 "통장 재발급 때문에 은행에 들렀는데 대기 고객이 많자 대출상담 창구에서도 순서대로 업무를 처리해줬다"며 "덕분에 대기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업무를 구분해 놓는 것은 은행 편의를 위한 것인 만큼 한쪽은 사람이 밀려서 대기하고 있는데 다른 파트는 고객이 없다면 업무와 상관 없이 고객을 받아야 한다"며 "고객에게 외면 받지 않으려면 은행들이 더욱 고객 중심의 마인드와 서비스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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