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호. (사진제공=NC다이노스)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지난해 1월11일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은 "나성범 이외에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우고 싶은 선수가 없냐"는 취재진 질문에 주저없이 "노성호"라고 대답했다. 김 감독은 "대졸 신인인 두 선수가 투(노성호)·타(나성범) 중심 역할을 맡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노성호는 김 감독이나 구단 간부나 많은 기대를 안고 거액을 들여 영입한 투수다. 2012 신인선수 지명 회의에서 NC에 우선지명된 선수로, 계약금액만 3억원에 달한다. 최고 150㎞인 빠른 직구와 두둑한 배짱 때문에 당장 1군에서도 통할 것이란 좋은 평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성호에 대한 구단의 기대는 데뷔전에서 무참히 깨졌다. 데뷔경기가 '디펜딩 챔피언' 삼성이기도 했지만 1이닝동안 무려 4안타와 4볼넷을 주며 5실점하는 심각한 부진투를 펼쳤기 때문이다. 1회초를 마치니 투구수는 53개에 달했다 시간은 40분이나 흘렀다.
결국 팀의 5선발로 기대됐던 노성호는 불펜으로 내려갔다. '중고 신인' 이재학은 물론 NC에 입단한 이후 좌완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나성범이 좋은 활약으로 팬들의 인기를 모았지만, 노성호의 존재감은 점점 줄어들었다.
그러던 노성호가 이번달 들어 기량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와신상담(臥薪嘗膽) - 무너졌던 삼성전에서 일어서다
노성호는 불펜에서 4개월 동안 혹독한 적응기를 거쳐야 했다. 시즌 초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는 다른 모습으로 흘러갔다.
노성호가 선발로 돌아온 시점은 7월26일의 KIA전이다.
94개의 공을 던진 그의 당일 성적은 5이닝 4피안타 2볼넷 4탈삼진 3실점(3자책). 크게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당시 승리를 따내지는 못했지만 150㎞에 달한 빠른 공으로 삼진을 4개나 잡으며 다음 등판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그가 선발투수로서의 능력을 확인시켜준 것은 지난 16일 삼성전이다. 이 경기에서 그는 최상의 투구를 펼쳤다. 8이닝 5피안타 1볼넷 8탈삼진 1실점(1자책)을 기록한 것이다.
상대는 시즌 초 자신에게 굴욕을 안겨줬던 삼성이다. 하지만 출발부터 달랐다. 1회초의 투구수가 53개에서 14개로 줄었다. 박한이에게 중전안타를 줬지만 배영섭과 최형우를 삼진으로 잡았고 이승엽을 뜬공으로 돌리면서 이닝을 마무리했다.
결국 8이닝 5피안타 1실점 8탈삼진의 성적으로 1군에서 5패(2홀드) 뒤 첫 승을 거뒀다.
선발 자리를 빼앗긴 계기가 됐던 삼성전에서 완벽히 부활한 것이다. 22일 넥센과의 경기에서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결국 28일 다시 삼성과 겨루면서 5이닝을 실점없이 던지고 승리를 따냈다. 최근 3경기에 나와 2차례의 승리를 수확해간 것이다.
◇절차탁마(切磋琢磨) - 원정 징크스를 이제 날릴까?
프로 선수는 항상 홈 경기만 뛸 수는 없다. 전체 경기의 절반 가량은 원정 경기를 뛰게 된다. 홈 구장이 아니라고 흔들리면 선수로서 문제가 심각하다.
노성호는 그동안 홈 경기와 원정 경기의 큰 실력차가 뚜렷했던 선수였다. 19차례의 홈 경기에서 '1승2패 2홀드 평균자책점 4.85'의 성적을 거뒀고, 28일 경기 전까지 14차례의 원정 경기에선 '4패 평균자책점 12.27'의 결과를 낳았다.
28일 삼성전은 그런 노성호에게 좋은 전환점이 됐다. 데뷔 첫 원정승을 기록했고, 최근 삼성과의 경기에 2연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좌타자에게 약하다는 지적도 불식시켰다. 좌타자 중에서 이승엽에게만 안타를 내줬다. 이승엽의 개인통산 3000루타로 기록된 2회의 안타다. 이후로 이승엽을 포함한 어느 좌타자에게도 그는 안타를 내주지 않았다. 삼성전-원정경기-좌타자 등 약점으로 꼽히던 변수를 보란듯이 해결한 것이다.
많은 기대를 받던 노성호였다. 많은 훈련을 통해 제구력을 다듬으며 마음가짐을 갈고닦은 노성호가 확실히 기회를 잡게 될지 기대된다. 일단 아담이 끝내 귀국하면서 선발 자리는 하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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