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지난 여름부터 뜨거워진 배당주펀드의 인기가 사그라들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국내증시가 좁은 박스권에서 머물러 있는데다 저금리 기조가 강화되면서 안정적이면서도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는 배당주펀드에 투자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11일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 42개 배당주펀드에 연초 이후 8223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최근 한 달 동안에는 1321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펀드에서 1조8116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두드러진다.
배당주펀드는 상대적으로 배당 성향이 높은 주식을 골라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주식의 시세 차익보다 배당 수익이 더 큰 목적이다.
특히, 고배당주에 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향후 미래 기업의 성장성에 관심을 보이는 상승장보다는 요즘처럼 시장 조정장에 유리하다.
배당주펀드에 자금이 쏠리는 것과 함께 수익률도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설정액 10억 이상 배당주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기준일 9일) 6.12%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펀드가 -2.48%의 수익률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성과다.
개별 펀드별로 살펴보면 신영밸류고배당증권투자신탁(주식)I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이 17.95%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신영고배당증권자투자신탁(주식)A형(16.58%), 신영퇴직연금배당주식증권자투자신탁(주식)(16.46%), 신영프라임배당증권투자신탁[주식]종류C 1(14.68%), 베어링고배당증권투자회사(주식)(10.52%), 동양중소형고배당증권자투자신탁 1(주식)ClassA(8.80%), 하이굿초이스배당증권투자신탁 1[주식](6.45%) 등이 이었다.
배당주펀드가 이처럼 양호한 성과를 나타낸 것은 배당주펀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형·가치주의 성과가 양호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연초에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부각되면서 통신주, 유틸리티 등 중소형주가 각광을 받으며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정책 기대감에 중소형주, 배당주의 성과가 좋았다"며 "배당주펀드는 이들 주식에 가치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양호한 수익률을 달성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국내증시가 박스권에서 머물러 있는 가운데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기 보다는 배당 시즌에 맞춰 안정적인 배당주 상품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린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장춘하 우리투자증권 상품기획부 연구원은 "상반기에는 중소형주, 가치주에 자금이 몰리면서 배당주가 관심을 받았다"며 "최근에는 배당시즌이 돌아오면서 배당의 메리트 외에도 배당 전 좀 더 낮은 가격대를 노리고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배당주펀드와 관련한 투자심리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저금리 기조에다 박스권 장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단기적인 자본차익 실현보다는 중장기적인 시각을 가져가는 수요층이 많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오는 17~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양전완화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오는 22일 독일 총선 등으로 국내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변동성이 낮은 주식에 투자하는 배당주펀드가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배당주 투자의 패턴이 가을에서 여름으로 시기가 앞당겨진데다 증시가 박스권에 머물면서 안정적인 배당상품에 투자자의 관심이 많아졌다"며 "특히, 단기적인 자본차익 실현보단 중장기적으로 가져가는 수요층에서 배당주펀드의 매력이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장춘하 연구원도 "최근 국내증시가 오르긴 했지만, FOMC, 독일 총선 등 대외 이벤트가 많아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주식 가운데 변동성이 낮은 배당주에 투자하는 배당주펀드에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과거 성과만을 보고 배당주펀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달성한 펀드에 투자하라는 조언이다.
배당주펀드 역시 금융투자상품으로 손실의 위험이 있는데다 일부 배당주펀드의 경우엔 펀드명에 가치배당이라고 적혀있지만, 실제로는 성장배당주에 투자하는 펀드도 있다는 것.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배당주의 경우 상대적으로 변동성은 덜하지만, 금융투자상품이기 때문에 손실의 위험이 있다"며 "같은 배당주펀드라도 대형주에 편입되는 등 배당 스타일이 달라 확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특히, 펀드의 경우엔 운용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최근에 배당주가 좋아 펀드 출시가 잦아지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트렉 레코드를 가지는 운용사를 선정해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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