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지시, 채동욱 총장 사의에 검찰 반발 일파만파
평검사 항의 성명 이어 중견 간부 사의표명 잇따라
소장파 검사 중심 "이럴 수 있느냐" 반발기류 확산
2013-09-14 18:21:56 2013-09-14 18:25:33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사상 초유의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 감찰지시 직후 채동욱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데 대해 일선 검찰의 반발 움직임이 확산되는 등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검찰 창설 이후 처음 발발한 검란사태 이후 검찰을 추스르며 본 궤도에 올린 채 총장을 정치적 이유로 사실상 경질시켰다는 불만과 함께 소장파 검사들을 중심으로 항의와 사의 표명이 잇따르고 있다.
 
김윤상(44·사법연수원 24기) 대검찰청 감찰1과장은 14일 오전 검찰 내부 통신망인 e프로스에 ‘내가 사직하려는 이유’라는 제목의 A4용지 한 장 분량의 글을 올리고 사의를 표명했다.
 
김 과장은 이 글에서 “나는 검찰 총수에 대한 감찰 착수사실을 언론을 통해서 알았다”며 “법무부에서 이렇게 중차대한 사안을 협의할 파트너로는 생각하지 않은 결과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내 본연의 고유 업무에 관해 총장을 전혀 보필하지 못했고 그렇다면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밝혔다.
 
그는 “본인은 소신을 관철하기 위해 직을 걸어놓고서 정작 후배의 소신을 지켜주기 위해 직을 걸 용기는 없었던 못난 장관과 그나마 마음은 착했던 그(황 장관)를 악마의 길로 유인한 모사꾼들에게, 총장의 엄호하에 내부의 적을 단호히 척결해 온 선혈낭자한 내 행적노트를 넘겨주고 자리를 애원할 수는 없다. 차라리 전설속의 영웅 채동욱의 호위무사였다는 사실을 긍지로 삼고 살아가는게 낫다”고 분개했다.
 
이에 앞서 서울서부지검 평검사들은 채 총장 사퇴 이후 평검사회의를 갖고 전날 밤 늦게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는 상황으로 비춰지는 것이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감찰에 대한 비판과 채 총장의 사의표명 재고를 요구했다.
 
이들은 “법무부의 감찰 지시의 취지가 사퇴 압박이 아닌 조속히 의혹을 해소하고 조직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면 사표의 수리 이전에 먼저 의혹의 진상이 밝혀지도록 해야 한다”주장했다.
 
또 “총장께서도 말씀하신바와 같이 의혹이 근거 없는 것이라면 사의 표명을 거두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을 이끌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 과장의 사의 표명과 서울서부지검 평검사들의 성명 발표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는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채 총장 사의 후 주말 검찰 분위기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주요 사안에 대한 수사는 차질 없이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전날 황 장관의 감찰지시에 대해 “이럴 수가 있느냐”며 일종의 ‘배반감’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한편, 대검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한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대검 대변인실은 “총장이 사의 표명 직후 이번 사안과 관련된 언급을 피하라고 당부했다”며 “일체의 설명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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