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최근 대구에서 일어난 액화석유가스(LPG) 폭발사고는 LPG시설의 허술한 안전관리가 부른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LPG시설에 대한 정부의 부실한 감독 체계를 탓하는 목소리도 높다. 폭발과 화재 위험이 큰 LPG시설은 도심 속 화약고와 같아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7일 대구 남구청과 대구 중부소방서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대구시 대명동 주택가의 건물에 입점한 LPG 판매소에서 가스통 등이 터지면서 인근을 순찰하던 경찰 2명이 숨지는 등 1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1억5000만원의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찰 조사결과 사고가 난 LPG 판매소는 원래 가스 판매가 허용된 곳이 아니라 가스 판매·배달 편의를 위해 임시로 쉬어가는 장소인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 판매가 허용된 게 아니라서 LPG 관리가 허술했고 이에 한 번의 폭발이 연쇄 폭발로 연결된 것.
문제는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이다. 9월에만 경남 진주교도소와 경기도 평택시의 이발관에서 LPG 폭발이 일어났으며, 한국가스안전공사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LPG 사고 건수는 85건으로 4일에 한 번꼴로 가스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액화석유가스(LPG) 공급체계(사진제공=한국가스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특히 LPG를 대량으로 보유한 LPG시설은 평소 가스 관리·감독이 철저하지 않으면 대규모 폭발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기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가스저장 시설의 환경을 개선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는 고압가스안전관리법(고압법)을 통해 LPG 판매 허가, 가스 안전점검 인원의 자격요건, 정기검사 사항과 안전검사 기준 등 가스 공급자에 대한 의무사항을 법으로 규정했지만 현장에서는 이것이 잘 안 지켜진다는 의견이다.
무엇보다 가스 안전관리 인력에 비해 LPG시설 수가 너무 많기 때문. 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LPG시설 수는 총 6671곳(LPG 판매소 4648개, LPG 충전소 2023개)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2009년보다 220곳이나 늘어난 수치다.
반면 가스안전 관리·감독을 맡은 인원의 수는 지역본부·지사별 10명에 불과하다. 가스안전공사 지역본부·지사가 서울과 경기도, 제주도 등을 포함해 총 27곳임을 고려하면 안전관리 직원 1명당 24곳의 LPG시설을 관리하는 셈.
◇LPG 충전소 전경(사진제공=뉴스토마토)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LPG시설 수는 갈수록 늘어나지만 이를 점검할 인원이 부족해 안전관리가 취약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앞으로는 형식적인 육안 점검보다는 실질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산업부는 최근 '에너지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전자태그를 활용한 LPG 용기 관리하는 방안을 비롯 미용실과 음식점 등 소규모 LPG 이용시설에 대한 완성검사 실시, LPG 충전소 내 흡연 금지 등 LPG시설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LPG시설 안전을 강화하는 핵심이 빠졌다는 분석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LPG 관련 법령이 '석유 및 석유 대체연료 사업법'과 '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 및 사업법' 등으로 나뉘어 체계적인 관리·감독이 어렵다"며 "에너지 정책에서도 LPG가 1차 에너지원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LPG를 독립 에너지원으로 구분해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관계법령과 정책을 일원화하는 등 관리·감독 체계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LPG시설을 관리·감독할 인력을 늘리고 안전점검 매뉴얼 개선과 점검 시기 확대도 필수적이다. 현행 고압법에서는 LPG 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이 연 1회로 규정돼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점검이 제한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의 에너지관리 정책이 발전소 등 전력공급시설 위주로 운영돼 LPG 판매소 등 민간 에너지 도소매업 관리가 부족한 면이 있었다"며 "에너지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가스 안전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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