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10년 전 어떤 취재…10년 후 서민석·박상용
2026-04-16 06:00:00 2026-04-16 06:00:00
10여년 전의 일입니다. 알고 지내던 A그룹 최고위 임원으로부터 희한한 일을 듣게 됐습니다. 당시로부터 몇해 전 A그룹의 총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비자금 관련 수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건을 맡은 검사가 총수만 따로 불러 은밀히 플리바게닝(형량 거래)을 제안했다는 겁니다. 총수가 자신의 혐의를 전부 인정하면 그룹 후계자인 2세에 대한 수사는 중단하고, 총수에 대한 구형량도 낮춰주겠다는 말이었습니다. 거래를 제안받은 총수는 곧장 자신의 변호사에게 이 일을 전달했고, 변호사는 본사로 달려가 그룹 2세, 총수의 최측근 소수들과 대책회의를 했다고 겁니다. 사실 이 과정에선 비화가 더 있지만 일단 결과만 말씀드리면, 검찰과 A그룹 총수와의 플리바게닝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권력기관의 권한 남용과 재벌의 '유전무죄'를 고발하고자 취재에 착수했으나, 실제 보도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우선 A그룹 수사를 마친 뒤 부장검사로 영전한 그 검사는 자신이 플리바게닝 제안했다는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습니다. A그룹 역시 거래를 제안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검찰과 A그룹의 플리바게닝 제안이 워낙 은밀하게 진행된 탓에 녹취록 같은 물증도 없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전직 검사들은 "국내에선 플리바게닝이 불법이지만, 사실 그 정도의 회유나 거래 시도는 흔히 쓰이는 수사 기법 중 하나"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결국 담당 부장과의 논의 끝에 기사는 보류됐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 다시금 세상을 뒤흔드는 희한한 사건이 벌어져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플리바게닝이 문제가 됐습니다. 핵심 인물은 두 명입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시절 평화부지사를 했던 이화영씨의 변호인 서민석씨, 이씨가 연루된 대북 송금 의혹을 수사한 박상용 검사가 그들입니다. 
 
서민석 변호사는 박상용 검사가 2023년 6월에서 7월 사이 수십 차례 전화를 걸어와선 이화영씨를 회유, 이재명 지사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도록 해달라고 종용했다고 주장합니다. 서 변호사는 그 증거로 당시 박 검사와 통화한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반면 박 검사는 서 변호사가 오히려 이씨를 대북 송금 의혹의 공범이 아닌 '종범'으로 만들어달라고 먼저 제안했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특히 박 검사는 "진술 회유를 한 적이 없으며, 서 변호사가 녹취록 전문을 공개하지 않고 본인에게 유리한 부분만 발췌해 편집했다"라고 반박합니다.
 
서 변호사와 박 검사의 공방을 보며 이제 기억도 희미해진 10년 전 사건이 떠오른 건 왜일까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회유와 거래도 수사 기법"이라는, 어떻게 해서든 원하는 결론을 얻는 게 '선'이라는 검찰의 인식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탓입니다. 결론을 정해놓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채 기소에만 열을 올리는 행태가 아직도 검찰 내부에선 전가의 보도처럼 전수되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됩니다. 법에도 금지된 '뒷거래'를 수사로 포장하는 구태를 반복하는 한,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결코 회복될 수 없습니다. 
 
최병호 뉴스토마토 공동체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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