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기업 지배구조 개선책..국회 논의 '주목'
2013-09-27 21:49:56 2013-09-27 21:53:40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앵커 : 여러분 경제민주화 기억하십니까. 지난 대선을 전후해서 크게 부상하긴 했지만 '경제력 집중'에서 불거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있어왔죠. 그게 결실을 이뤄서 올해 상반기엔 기업간 불공정거래 관행을 바로잡는 입법 작업이 있었고요. 이제 하반기엔 기업 내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는 일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이른바 기업 지배구조 개선 과제가 그것인데 취재기자와 함께 어떤 내용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경제부 김원정 기자 나와 있습니다.
  
김 기자, 기업 지배구조 과제라면 대표적으로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제도, 지주회사체제를 꼽게 되는데요. 먼저 순환출자부터 알아볼까요.
  
기자 : 순환출자는 고리 모양이 나타나는 출자방식을 가리키는데요. A사가 출자한 돈이 B사, C사를 거쳐 A사로 다시 돌아오는 형탭니다. 이렇게 한 바퀴 돌면서 계열사가 늘어나고 '가공자본'이라고 해서, 애초 장부에 적힌 것보다 자본금도 불어나게 되는데요. 그 자체로는 가치중립적 개념이지만 재벌 오너가 계열사를 늘리는 과정에서 극소수 지분으로 전체 그룹을 지배하는 경우가 나타나기 때문에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앵커 : 이건 대통령 공약이기도 하고 지금 국회에 법안도 여럿 나와 있다고 하죠?
 
기자 : 그렇습니다. 신규 순환출자는 금하고 기존 출자분은 그대로 둔다는 게 대통령 공약인데요. 공정위도 이와 비슷한 내용으로 정책방향을 예고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원래 순환출자를 전부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가 뒤늦게 신규 출자분만 금한다고 입장을 바꿨는데요. 지금도 야당은 순환출자를 모두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 정부여당은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 야당은 기존출자분까지 모두 금지, 이렇게 갈린다는 얘긴데 이 순환출자 문제 다른 쟁점은 또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 순환출자를 규제하는 방법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를테면 오너일가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부터, 유예기간을 두고 오너일가 지분을 모두 매각케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모두 국회에 제출돼 있는 법안에 담긴 내용이고요. 이 가운데 규제강도가 제일 센 지분 매각 방식은 오너일가의 지배권을 흔들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굉장히 주목되는 내용입니다. 특히 현대차가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고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할 경우 최소 6조, 최대 10조 정도 비용이 들 것이라는 보고서가 여러 편 나와 있습니다.
  
앵커 : 재계에선 기업에 너무 많은 부담을 지우는 거 아니냐, 이런 불만도 나오는 거 같은데 하반기 정기국회 논의를 지켜봐야 겠군요. 김 기자, 순환출자 외에 금산분리도 뜨거운 감자 아니겠습니까. 이건 어떤 개념인가요.
  
기자 :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가까운 예로 동양그룹 사태를 떠올려볼 수 있는데요. 동양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자 당장 동양증권 예금자가 불안해지는 거죠. 이런 식으로 기업의 위기가, 기업과 상관없던 예금자에게 피해를 전이되는 걸 막기 위해 기업과 금융사 사이에 칸막이를 두는 겁니다.
  
앵커 : 정부는 지금 금산분리를 강화한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것 역시 대통령 공약이기도 했고요. 실제 진행상황 어떻습니까.
  
기자 : 먼저 금산분리는 하나의 원칙 같은 것이기 때문에 정책 단위로 나타나는 건 굉장히 다양한데요. 대표적으로 4가지 정도 꼽을 수 있고 이 가운데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를 축소'한다, 이 내용은 상반기 국회를 통과했고요. 남은 3가지 법안은 국회 안에서, 혹은 국회 밖에서 논쟁이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 우선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제도를 꼽을 수 있는데요.
 
이건 '자격 없는 오너에게 금융사를 맡길 수 없다'는 취지로 도입한 겁니다. 현재 은행이나 저축은행에 적용하는 규제수위를 카드사나 보험사 같은 제2금융권에 동일하게 적용하자는 게 핵심이고요. 다만 오너를 어느 범위로 잡아야 할지, 또 부적격 기준은 어떻게 잡을지, 자격 없는 오너를 어떤 식으로 배제할지, 이런 내용을 두고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갈립니다.
 
기본적으로 야당은 '계열사 지분을 통해 금융사를 간접지배' 하는 경우까지 대주주로 보자는 입장이고요, 제재 방식으로는 의결권 제한이나 지분 매각 방식을 내놨지만 정부와 여당은 이게 너무 가혹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앵커 : 정부안을 보니까 금융자회사 규제안으로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를 의무화 한다는 게 있던데 이건 어떤 겁니까.
 
기자 : 내용이 좀 어렵긴 한데요. 현재 공정거래법은 금산분리 차원에서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정부안은 이걸 허용한다는 겁니다. 내용만 놓고 보면 '금산분리'가 아니라 금산분리 완화로 보이는데요.
 
이 문제는 정부가 순환출자 대안으로 지주회사 도입을 권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출발합니다. 지주회사체제는 순환출자 구조 보다 기업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문제는 현행법상 금융사를 갖고 있는 기업집단의 경우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없으니까, 일단 이 부분 규제를 풀어서 지주회사 전환을 돕자는 겁니다. 그리고 일정 요건을 넘어서면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해서 금융과 비금융을 가르겠다는 구상입니다.
 
앵커 : 이게 내용만 놓고 보면 원칙론 보다는 현실론을 수용한 걸로 보이는데요. 항간에선 삼성생명지주회사 얘기도 나오더군요.
 
기자 : 그렇습니다. 이 내용이 주목되는 건 사실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은 재벌그룹 때문인데요. 삼성그룹이 주목도가 높은 건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비용을 들이면서 굳이 지주회사로 가지는 않을 거란 시각도 많습니다.
 
지금 순환출자 구조나 금산분리 제도로도 충분히 누릴 게 있다는 얘깁니다. 삼성그룹은 현재 삼성생명이나 삼성화재 등 11개에 달하는 금융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도 금산분리 방안으로 논의 중인데요. 핵심은 역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에 행사 중인 의결권 등을 제한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본질입니다.
 
앵커 : 사실 삼성그룹 문제를 비롯해서 재벌 문제는 이미 많이 나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법안이 여러 개 나와 있는 셈인데 하반기 국회를 주목해 봐야 하겠습니다.
 
김 기자 수고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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