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채동욱 前 검찰총장(54)의 고민이 길고 깊어지고 있다.
검찰총장직을 퇴임한 뒤 조선일보에 대한 정정보도 청구소송 취하,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씨(54) 집에서 가정부생활을 했다는 이모씨(61·여)의 폭로가 이어졌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 3일에는 모 보수 사이트가 출처로 추정되는 채 총장 아내가 썼다는 호소문이 돌면서 인터넷과 SNS를 발칵 뒤집었다.
그러나 채 총장은 그 때마다 강력한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만 했지 실질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
단, 각 국면마다 변호인을 통해 모든 대응은 '유전자 검사'를 마친 뒤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채 총장 뿐만 아니라 임씨 역시 거의 3주째 두문불출이다.
현재 그녀는 경기도 가평에 있는 외삼촌 집에 머물고 있으며, 그 거처 앞에는 기자들이 연일 진을 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씨는 언론에 노출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거주지 경비실의 연락도 받지 않고 있다. 생필품이나 식료품도 거의 열흘째 배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씨는 지난 1일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자신의 아이와 채 전 총장은 무관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했지만, 가정부였던 이씨의 폭로나 유전자 검사에 응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을 지켜본 검찰을 비롯한 법조계에서는 여러 진단이 나오고 있지만 그 중 "채 총장의 미온적인 태도가 의혹을 더욱 부풀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검찰출신의 한 변호사는 "퇴임과 함께 정정보도청구를 취하하면서 채 전 총장의 기세가 꺾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의 고통이 매우 크겠지만 물러서는 것이 아니었다. 결백하다면 유전자 검사와 함께 사법부의 판단을 적극적으로 받아봤어야 한다"며 "소송 취하와 함께 재야 법조계에서도 여론이 돌아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 변호사는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 사태는 재야 법조계에서도 뜨거운 관심거리이다"면서도 "소송취하 이후 각종 의혹에 즉각 반격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의혹이 사실 아니냐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채 전 총장의 퇴임과 함께 이미 '격앙'에서 '털자'는 분위기로 정리가 됐다. 국정감사를 앞에 두고 'NLL 대화록 폐기' 수사와 'NLL 대화록 유출' 수사 등 민감한 과제가 눈 앞에 산적했기 때문이다.
또 7일 채 전 총장의 후임을 임명하기 위한 '검찰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가 구성돼 활동을 시작하면서 채 전 총장의 일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반면, 채 전 총장이 일단 '소낙비'를 피해 몸을 추스린 뒤 반격에 나설 거란 관측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여전히 채 전 총장의 결백을 믿는다"고 밝힌 한 중견 변호사는 "채 전 총장이 소송을 취하한 것은 '유전자 검사' 없이 법무부의 진상조사결과 자료만 증거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여러 의혹 제기와 폭로에 일일이 대응하다간 일찍 지칠 수 있다"며 "채 전 총장은 현재 혼자다. 장기전으로 가기 위해서는 일단 여론의 눈을 피하는 대신 '유전자 검사'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퇴임당시 채 전 총장은 '법조계 바로정돈 국민연대'라는 단체가 검찰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임씨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것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만 해도 임씨의 행방이 묘연했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에 대한 설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피고발인인 임씨의 소재가 밝혀질 수 있기 때문에 접촉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임씨에 대한 고발사건은 진척을 보지 못하는 사이에 언론을 통해 임씨의 거주지가 드러났다.
애초부터 임씨에 대한 고발사건은 '공연성'이라는 명예훼손 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각하될 것으로 보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채 총장은 현재 대리인을 통해 임씨와 은밀히 접촉하며 ‘유전자 검사’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채 전 총장과 임씨 모두 언론을 비롯한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상당 기간 침묵을 지키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이같은 추정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임씨는 앞서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언론에 대응할 뜻이 없다면서도 "어떤 내용이 보도됐는지 확인하고 마음이 정리되면 말 하겠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30일 퇴임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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