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올 4분기에도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0일 전국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3년 4분기 기업자금사정지수'를 조사한 결과, 4분기 전망치가 기준치(100)를 밑도는 92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 3분기 이후 10분기 연속 기준치를 하회했다.
기업자금사정지수(FBSI)는 기업들의 자금 흐름을 수치화한 것으로, 100을 넘으면 전 분기보다 자금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100 미만이면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는 뜻.
기업 규모별로, 대기업은 기준점인 100을 간신히 상회하는 101로 집계돼 4분기 자금 사정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기대됐다. 반면 외부자금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은 91로 나타나면서 자금사정이 여전히 좋지 않을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의 경우 자금 흐름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데다, 주식과 유보금 활용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금 조달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올 2분기 현금 수입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현금흐름 보상비율'이 64.3%로, 전년 동기 대비 10%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중소기업은 낮은 신용도 때문에 주식과 회사채 등 직접금융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가 미미한 데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올해 1~8월 중소기업의 일반 회사채 발행 실적은 단 3건(200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7.5% 줄어든 수준. 경기 부진이 지속될수록 자금난은 한층 심화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규모?업종별 기업자금사정지수I(자료=대한상의)
업종별로는 정보통신(103)과 석유·화학(101)이 기준치를 웃돌며 자금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됐다. 반면, 기계·금속(97), 자동차·부품(96), 철강(94), 섬유·의류(92), 조선·해운(91) 등은 일제히 기준치를 하회했다.
4분기 자금 사정이 악화될 배경으로는 매출 감소가 45%로 첫 손에 꼽혔다. 이어 제조원가 상승(24.7%), 금융기관 대출 곤란(15.6%), 금융비용 부담 증가(8.3%), 시설·기술 개발 투자 확대(4.3%), 신규 고용 확대(2.1%) 순이었다.
자금 조달은 주식(101)·은행(100)을 제외한 제2금융권(98), 기업어음(97), 회사채(96) 시장을 통한 신규자금 유입이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권의 문턱이 중소기업에게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여타 여건마저 악화되면서 이들의 숨통은 더욱 조여졌다.
대한상의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고, 웅진그룹·
STX(011810)그룹·
동양(001520)그룹 사태 등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회사채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며 "신용등급이 낮은 비우량 기업의 회사채 발행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어 조선·해운 등 일부 업종에서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내년도 전반적인 자금사정 전망에 대해서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는 예상이 41.3%로 가장 많았다. 다만 '다소 개선될 것'(26.8%)이라는 응답이 '다소 악화될 것'(18.6%)이라는 답보다 8.2%포인트 높아 위안이 됐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최근 내수 출하 증가와 투자지표 개선 등 경기 회복의 조짐이 나타나는 가운데 자생력이 약한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어렵다"며 "매출이 늘어도 당장 필요한 운영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흑자 도산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와 금융권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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