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검찰이 수천억원에 이르는 탈세 및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효성그룹에 대해 11일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의 직접적인 대상이 효성측의 '탈세혐의'지만 효성과 이명박 정권의 유착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던만큼 전 정부의 정·관계 로비 수사로도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이날 오전 7시30분께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효성 그룹 본사와 효성캐피탈, 조석래 회장과 임원 자택 등 모두 10여곳에 검사와 수사관 50~60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는 조 회장 외에도 장남 조현준 사장(45), 차남 조현문 변호사(44), 삼남 조현상 부사장(42) 등 일가족의 주거지도 포함됐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효성그룹의 자금 흐름이 담긴 회계 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경영관련 각종 서류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먼저 효성그룹의 탈세혐의에 수사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세청으로부터 고발된 탈세 혐의가 우선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효성그룹은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한 대규모 해외사업 손실을 은닉하고 이후 10여년 동안 손실액을 매년 일정 금액씩 나눠 처리하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효성그룹의 분식회계 규모가 1조원 안팎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또 조 회장이 90년대 이후 주식 등으로 구성된 1000억원대 차명재산을 관리하면서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효성그룹 계열사인 효성캐피탈이 조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에게 지난해까지 100억원의 대출을 해주는 등 조 회장 일가와 임원 명의로 200억여원 규모의 부당 대출을 해준 의혹에 대해서도 들여다 볼 방침이다.
검찰은 먼저 효성그룹의 탈세혐의에 대해 되도록 빨리 수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비슷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CJ그룹 이재현 회장을 수사한 특수2부에 수사를 맡긴 까닭도 관련 수사를 이미 진행한 경험이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법조계와 재계에서는 효성그룹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 탈세혐의 수사가 끝나는대로 검찰이 정·관계 로비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를 착수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조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은 혈연으로 이어져 있다. 조 회장 동생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아들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이 전 대통령의 딸 수연씨와 결혼했다.
효성그룹은 이 전 대통령 시절 11조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재계서열 26위 기업으로 성장해 정경유착 의혹을 짙게 받아왔다.
검찰은 조 회장 일가가 탈세한 자금을 이용해 국내외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그 비자금 용처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 일가가 조성한 수천억원대 가량의 비자금이 정·관계 로비에 쓰였다면, 이 전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인과 관료들이 대거 검찰 수사망에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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