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광고 규제 개선 작업에 착수하면서 방송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지상파 방송사들이 중간광고 허용 등 광고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요청을 한 가운데 방통위가 "광고 규제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지상파 밀어주기'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일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연말까지 광고 제도 자체를 좀 바꿔볼까 한다"며 "방송광고는 제로섬 게임처럼 어느 쪽이 유리해지면 다른 쪽은 불리해질 수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기자 간담회에서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연말까지 방송규제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방송통신위원회)
이 위원장은 "기본 원칙은 동일 서비스-동일 규제"라며 "규제 완화를 방향으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이 건의한 중간광고 허용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는 분석이다.
경영 위기를 맞은 지상파 방송사들은 광고 시장 부진으로 광고 매출까지 출자 중간광고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7일 김종국 MBC 사장과 18개 지역 계열사 사장들은 ‘중간광고 허용’ 등 지상파 방송에 대한 차별적 규제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건의문을 발표하고 방통위에 제출했다.
이들은 "지상파의 광고 매출은 해마다 급격히 떨어지고 있지만 출연료 등 제작비는 연평균 6%씩 급등해 제작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며 "MBC 네트워크는 2007년 9700억원에서 지난해 7600억원으로 2000억원 가까이 매출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MBC 사장단은 위기의 원인으로 비대칭적 광고 규제를 지목하고 "중간광고 규제 등 불합리한 규제를 유료방송업계와 동등한 수준으로 정상화해 달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비상경영을 선언한 KBS 역시 5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절감했지만 올해 200억원 가량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방송법은 종합편성채널을 포함한 케이블, IPTV 등 유료방송에만 중간광고를 허용하고 있다. 지상파는 운동경기, 문화·예술행사 등에 한해 중간광고를 할 수 있다. 지난 2007년 방송위원회가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안을 추진했지만 반대 여론으로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지상파와 유료방송에 대한 광고 대칭 규제는 형평성 논리로만 재단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은 그 도입 취지와 역할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는 얘기다.
유료방송 업계는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방송 시장 전체에서 지상파의 점유율이 압도적인 지금 상황에서는 '광고 쏠림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매체 영향력과 파급력이 센 지상파가 중간 광고를 시작한다면 광고주들이 다 그쪽으로 몰리지 않겠느냐"며 "전형적인 지상파 몰아주기 정책"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매체별 특성을 고려해 유료방송의 광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공성과 공익성을 담보해야 하는 지상파와 유료방송에 대한 규제가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대부분 유료방송의 광고 자율성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유료방송에 대해 광고총량 자율규제를 채택하고 있다. 공영 지상파 중심인 유럽의 경우도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의 총량 차이는 1.5배 수준이다.
국내의 경우 유료방송은 시간당 평균 10분, 최대 12분의 시간 총량제로 운용되고 있지만 지상파 종일 방송이 허용됨에 따라 지상파와 유료방송의 광고총량이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무료보편 방송과 상업 방송은 엄연히 역할이 다르다"며 "지상파들이 비대칭 규제를 언급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학계 일부에서도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상파의 위기는 중간광고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공정성과 공익성을 다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박사는 "지상파가 변화하고 있는 환경에 전략적,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위기를 가져온 이유 중 하나"라며 "지상파에 중간광고를 도입할 경우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지상파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지가 약해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한석현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최근 지상파 프로그램의 과도한 간접광고과 문제가 되고 있는데 중간광고까지 도입될 경우 시청권을 크게 훼손될 수 있다"며 "지상파방송사들이 자구적인 노력 없이 시청자들에게 부담을 전이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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