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넥슨은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장에 참석해야 했다.
2010년 엔도어즈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주식병합, 소액주주 주식 헐값 매입 등을 통해 소액주주들의 권리와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또다시 제기됐기 때문이다.
김기준 의원은 "게임사 넥슨이 자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1만 대 1의 주식 병합을 진행했는데 이는 너무 과하다"며 "또 최근 당시 회계 감리에서도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 문제는 한 소액주주의 문제제기에 따라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나온 사항으로, 지난 2012년 7월 대법원은 넥슨이 합법적인 경영을 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넥슨의 엔도어즈 인수 문제가 다시 국정감사에 오른 것을 두고, 국회의원이 바쁜 기업인을 불러 시간낭비만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소액주주들의 권리가 비록 합법적이긴 하지만 침해받을 수도 있다는 경고를 던져주기도 한다.
2010년 당시 상황을 설명해보면 넥슨은 엔도어즈의 최대주주와 2대주주의 지분을 취득해 지분률을 약 96.74%까지 늘렸다. 하지만 여전히 엔도어즈는 소액주주를 포함한 전체 주주수가 98명에 달했고, 자본시장법에 의해 비상장사임에도 불구하고 사업보고서 및 공시의무를 져야만 했다.
넥슨 관계자는 “당시 엔도어즈는 주주를 25인 이하로 줄여 공시의무 등 관리 비용을 줄이려 했으나, 소액주주에게 연락이 닿지 않는 등 주주 수를 줄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결국 1만 대 1의 주식병합을 통해 소액주주들의 주식을 단주처리(주당 3840원의 단주 금액 지급)해 주주 수를 25인 이하로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일부 소액주주가 법원에 과도한 주식병합 비율과 낮은 단주금액을 이유로 ‘자본감소무효의 소’를 제기해 대법원 상고심까지 이어졌지만, 법원은 넥슨의 손을 들어줬다.
상법상 비상장회사인 엔도어즈의 주식 병합 비율에 대한 제한이 없으며, 95% 이상의 지분을 소유한 지배주주는 소수주주의 지분을 취득할 권리를 인정받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든 과정에서 법적 절차를 지켰던 넥슨 입장에서는 법적 다툼이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소액주주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싼 값에 주식을 내놓을 수 밖에 없는 현행법이 원망스러울 수도 있다.
당시 넥슨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보장된 최대주주의 주식은 주당 약 1만3294원에 인수했지만, 추후에 단주처리한 소액주주들의 주식은 3840원밖에 인정 못받았다.
이번에 넥슨을 국감장에 부른 민주당 김기준 의원실 관계자도 “단주 가격의 문제도 넥슨 측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상법상의 허점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회사가 법원에 보고하면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부분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비상장회사에서는 ‘1만 대 1’을 넘어 ‘1억 대 1’이라는 주식 병합도 가능해, 대주주가 마음만 먹으면 소액주주를 줄여버릴 수 있는 점도 짚어봐야 하는 부분이다.
오영중 변호사(경제학 박사)는 “상법상 비상장회사의 주식병합비율에 대한 제한은 없지만 1만 대 1이라는 비율은 법의 취지와는 맞지 않으며, 이를 시행령 차원에서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된다”며 “일반적인 상법 교과서에서는 이 부분은 10 대 1 이내로 해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식회사의 최대주주는 소액주주가 효율적인 경영을 방해하고, 회사의 경영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회사 전체적으로 봤을 때 소액주주는 지배주주의 잘못을 감시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순기능도 있다.
오영중 변호사의 지적대로 법의 취지를 벗어난 최대주주의 활동을 막기 위해서도, 관련 법과 제도를 신속히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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