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내란음모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사건의 담당 재판부가 사건 외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정된 방청권을 어떻게 배분할지와 이 의원 등 피고인들과 이들의 가족, 변호인단을 둘러싼 신변 위협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관한 것이다.
이 의원의 변호인 측은 22일 수원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김정운) 심리로 진행된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재판에 참관한 점을 문제 삼았다.
변호인 측은 "국정원 직원이 방청석에 배치돼 있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방청권을 배부하는 과정에서 국정원이 어떻게 이를 확보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에 특별배려가 있는 것인지 우려스럽다"며 재판부에 항의했다.
이에 검찰은 "국정원 직원이 법정에 몇명이나 참관했는지는 모르지만,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사건 재판에 참관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고 반박했다.
해당 재판부도 "국정원 직원이 한 명이든, 몇 명이든 재판부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은 불쾌하다"며 변호인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또 "국정원 직원들이 재판부에 영향을 미칠 사건이 아니고, 이로써 무죄가 유죄가 되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법정 밖에서도 방청과 관련한 불만이 이어졌다. 일부 방청객들은 오후 2시부터 시작하는 공판에 참관하기 위해 이날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섰다. 예정된 공판 시각에 맞춰서 도착하면 방청권을 배부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5시부터 줄을 선 한 보수단체 회원은 새치기를 한 다른 시민과 얼굴을 붉히며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사건 심리가 진행되는 수원지법 110호 법정의 방청석 수는 총 98석이다. 그러나 방청을 희망하는 인원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다. 현재 담당 재판부는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해 방청객 수를 제한한 상태다.
재판부는 "재판의 방청을 희망하는 사람은 누구나 재판을 들을 수 있으나 좌석이 한정돼 있다"며 "방청석 추첨제를 도입하는 등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정 바깥에서 일어난 이 의원 등 피고인과 가족들, 변호인단을 향한 위협 행위도 재판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이날 변호인 측은 재판부에 "지난 공판준비기일에 피고인의 가족 등이 보수단체로부터 폭언을 듣는 등 위협을 받았다"며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어버이연합 등 일부 단체회원들은 지난 1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수원지법에서 이 의원 등 피고인 가족과 통합진보당원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들은 지난 13일 이 의원과 연관된 '내란음모 사건'을 변론하는 법무법인 사무실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무실 앞에서 집단시위를 벌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욕설과 폭언, 폭행을 시도한 것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며 "이 같은 행동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음모 혐의로 기소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첫공판준비기일이 열린 지난 14일 수원지법 정문 앞 사거리에 보수단체에서 내걸은 플래카드가 펄럭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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