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76세의 노인 이모씨(여)가 2010년 3월2일 오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사.
이씨의 사망 사건을 신고한 사람은 옆방에서 낮잠을 자다 깬 아들 심모씨(51)였다. 아들과 단 둘이 사는 노모가 자신의 집에서 목이 졸려 사망한 것이다.
아들 심씨는 유력한 용의자로 몰렸다. 이웃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모자지간은 평소에도 다툼이 잦았다. 또 숨지기 수시간 전 심씨는 노모와 고성을 지르며 심하게 싸우기까지 했다. 노모가 사망한 시각 자택에서는 제3자의 지문이나 족흔, 침입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심씨는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심씨가 평소에도 모친과 사이가 좋지 않던 차에 가스렌지에 앉힌 냄비에서 밥이 타고 있었는데도 술만 마시고 있는 노모의 모습을 보고 격분해서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결론지었다.
그러나 심씨의 혐의를 입증할 만 한 증거나 단서가 없었다. 일단 심씨와 노모의 좌우 손톱 등에서 채취한 시료에 대한 반응이 서로 일치하지 않았다. 노모가 숨진 자택이 외부에서 침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어서 제3자에 의한 타살의 가능성도 열려 있었다.
또 만약 심씨가 노모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면, 다투는 소리가 났을 텐데 이웃들이 이를 듣지 못했다는 점도 풀리지 않은 부분이었다.
게다가 일부 이웃들은 "심씨가 모친과 자주 다툰 것은 사실이지만 직접 때리거나 위협하는 장면은 본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결국 1·2심 재판부는 "심씨가 노모를 살해한 데 대해 강한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7일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도 심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범죄의 증명이 없음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수긍할 수 있다"며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배해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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