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후 일하려면 기다리지말고 직접 찾아다녀야해요"
국내 1호 스포츠캐스터 유수호 대표 "나는 일에 미친 사람"
40년간 4000경기 넘게 중계.. "목소리 나올 때까지 방송해야죠"
2013-11-08 12:03:10 2013-11-08 12:06:41
[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언제까지 스포츠 경기를 중계할 거냐고요? 목소리가 나올 때까지해야죠."
 
유수호 아이스포티브이(isportsTv)대표(66,사진)는 국내 1호 스포츠 캐스터다. 그는 현재도 스포츠 경기를 중계한다. 유 대표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막을 내린 최근까지 DMB 방송 'U1'을 통해 프로야구 예측프로그램 '야구쑈 구구단'에서 7개월가량 방송했다.
 
 
그는 자신을 일에 미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대학교 졸업 직후인 지난 1969년 동양방송(TBC)에 아나운서로 입사한 이후 KBS, KBS N 등을 거친 현재까지 40년 이상을 거의 쉬지 않았다. 유 대표는 "입사한 그때부터 지금까지 일에 미친놈처럼 살고 있다"며 "생일에도 추석에도 집에 거의 있질 않고 중계하러 돌아다녀서인지 부인이 스포츠 경기를 집에서는 절대로 못 보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야구 중계를 하다가 어머니의 칠순 잔치에 늦는 바람에 이미 도착한 손님들에게 핀잔을 들은 경험도 있다. 크고 작은 경기 외에도 전국체전,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일거리가 계절마다 있었기 때문이다. 생소한 종목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때는 17개 종목을 중계했다. 그는 "현재까지 4000경기 이상 중계한 것 같다"며 "고마운 건 건강하니까 목이 쉬어 본 적도 없고, 특별히 아픈데가 없어 생중계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라고 자랑했다.
 
오랫동안 다양한 종목을 중계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KBS에서 정년퇴직한 지도 8년이나 지났다. 그는 간단한 답을 내놨다. 중계할 스포츠 종목을 직접 해본다는 것. 유 대표는 "볼링 중계할 때는 볼링 배우고, 테니스 중계할 때는 테니스를 쳐보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잘하는 한 가지를 다른 종목에 접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유 대표는 "말이 빨라야 하는 야구 중계 방식을 배구 경기할 때 접목했더니 경쟁 방송사 스포츠캐스터가 따라오지 못하더라"며 웃었다.
 
우슈, 세팍타크로, 카바디와 같은 국내에선 생소한 스포츠는 책을 통해서나 선수를 직접 만나가며 익혔다. 펜싱 중계를 위해 프랑스어로 된 용어를 2년간 공부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스포츠 캐스터로 장수할 수 있었단 얘기다.
 
그렇지만 그에게도 정년 퇴직이 찾아왔다.
 
지난 2005년 정년 퇴직한 그는 지인이 여자 프로농구 중계를 인터넷에서 하자는 제안에 처음에는 '이것까지 해야 하나'라고 생각하며 망설였다.
 
그 망설임도 잠깐. 그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는 "일을 하고 싶으니까 하겠다고 했다"며 "공중파, 케이블, IPTV, 인터넷에 이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선 장내 아나운서도 해보고 올해는 DMB 방송도 했으니 안 해본 게 없다"며 웃었다.
 
스포츠에 일생을 바치고 있는 그는 앞으로 현직에서 물러날 후배들에게 "후배들이 '정년 퇴직하면 불러주는 데가 없다'고 하는데, 직접 찾아 다녀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가 KBS, MBC 출신인데 하면서 목에 힘을 줘도 정년 퇴직하면 그런 게 소용이 없더라고요"
 
그는 "정년 퇴직하던 무렵 주식, 빚보증 등으로 퇴직금 4억원을 대부분 날렸다"며 가슴아픈 얘기도 솔직히 털어놨다.
 
그는 "누구나 이런 일을 겪을 수 있다"며 "재무적 준비는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내년 목표를 묻자 그는 "목표가 어디 있겠어. 한해 한해 목소리가 건강하게 나오는 게 목표지"라며 "우리 부인 밥 해드리러 가야 한다"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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