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여느 해보다도 좋은 선수가 많이 등장한 올해 프로야구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드디어 열렸다. 공식적으론 10일 시작이지만 10일이 휴일인 일요일이라 결국 11일자부터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됐다.
지난 9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14년도 FA 신청선수 16명을 공시했다. 박한이, 장원삼(이상 삼성), 손시헌, 이종욱, 최준석(이상 두산), 권용관, 이대형, 이병규(9번, 이상 LG), 강민호, 강영식(이상 롯데), 정근우(SK), 윤석민, 이용규(이상 KIA), 박정진, 이대수, 한상훈(이상 한화)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오는 16일까지 기존 소속팀과 우선 협상을 진행한다. 만약 16일까지 기존 소속팀과 끝내 계약을 맺지 못했다면 17일부터 23일까지 기존 소속팀 이외의 팀과 영입 협상을 치를 수 있다. 이후에도 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 1월15일까지 모든 구단과 협상을 진행 가능하며 어떤 계약도 이 때까지 맺지 못한 선수는 자유계약선수로 KBO에 공시된다.
2014년도 FA 신청선수 수가 16명이 되면서 현행 야구규약(제164조 '구단당 획득 선수수')에 의거해, NC를 뺀 모든 구단은 외부 FA를 2명까지 들일 수 있다. NC는 신생팀 지원 정책에 따라 올해 3명까지 영입 가능하다. '인생 역전'에 도전한 선수 16명에 대해 눈여겨 볼만한 사항은 무엇이 있을까?
◇강민호. (사진제공=롯데자이언츠)
◇'빅5'는 어떤 선택을 할까?
시장에 매물이 많은만큼 관심 정도의 차이는 매우 뚜렷하다. 흔히 '빅4'(이종욱 포함시 '빅5')로 지칭되는 강민호, 이용규, 장원삼, 정근우가 크게 주목받는 반면 다른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는 적을 수밖에 없다.
해외 진출을 계획 중인 윤석민과 '노장 투혼'으로 주목받는 재자격 선수인 박한이·이병규 정도가 세간의 눈길을 받는 정도다. 올해 FA 시장에 선수 숫자가 많기 때문이다.
'빅5' 중에서도 거론되는 금액이 큰 선수는 단연 강민호다. '포수'라는 희소성과 젊은 나이, 국가대표 출신이라는 프리미엄이 강민호의 가치를 크게 높였다. 그의 시장가를 견줘볼 전례가 없는 상황에서 종전 최고 FA 금액(심정수, 2004년 4년 60억원) 경신은 물론 최대 90억원(4년 기준)이란 금액까지 예상된다.
역대 포수 최고 FA 금액은 지난 2008년 조인성(SK·당시 LG)의 34억원(3+1년 계약, 계약금 12억원, 연봉 4억원, 옵션 3년간 총 6억원)이었다.
강민호에 비해서 금액은 낮지만 장원삼도 자기 위치에서 최고 FA 금액 경신을 앞뒀다. 국내 투수 기존 최고 FA 금액은 지난 2006년 박명환(NC·당시 LG)의 40억원(계약금 18억원, 연봉 5억원, 옵션 4년간 총 2억원)으로, '젊은 좌완'이란 희소성을 고려하면 장원삼은 박명환의 기존 최고액 기록은 깰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용규와 정근우 그리고 이종욱은 대한민국 야구의 대표적 톱타자다. 톱타자로 갖춰야 하는 요건인 출루율이 높고 수비도 좋다. 국가대표 경력도 존재하며 통산 타율은 3할 전후로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이들은 이택근(2011년)과 김주찬(2012년)의 전례가 있다. 둘은 각각 50억원이 적힌 계약서에 흔쾌히 도장을 찍었다. 1985년 출생자로 가장 젊은 이용규를 필두로 모두 50억원 이상 거액이 거론되는 이유다.
◇잔류자는 얼마나 되려나
모든 구단이 FA 시장에서 먼저 신경쓰는 것은 기존 선수와의 계약 연장이다. 영입 선수 수에 제한이 있는 외부 FA와 달리 수에 제한이 없고, 시기로도 협상 기회가 먼저 주어지기 때문에 이들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 외부수혈 여부가 판단된다.
게다가 프랜차이즈 스타를 잃어버린다는 사실은 구단에게 적잖은 타격이다. 팀의 전력적인 면은 물론 마케팅의 측면에서 생각을 해도 손실이 뚜렷하다.
대다수 구단은 '집안단속'을 자신한다. 그동안 외부 FA 영입에 크게 적극적이지 않았던 삼성과 두산은 내부전력의 유출 차단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이며, 이용규와 정근우가 나선 KIA와 SK도 이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선수가 3명씩이나 FA로서 나선 LG와 한화도 집안 단속 이후로 외부 FA 영입에 나설 분위기다. 강민호는 물론 강영식도 절실한 롯데는 말할 것도 없다.
FA도 겉으로는 기존 소속 구단을 우선시한다고 말한다. 구단에서 제시한 각종 대우가 섭섭지 않다면 수락할 뜻이 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선수들은 '시장에서의 나의 진정한 가치'를 알고 싶어하며, '정당한 대접'을 받고 싶어한다.
구단이 늘면서 전력의 유출이 불가피하고, 특급 전력은 해외 진출까지 선택항이 넓어진 상황에서 FA의 값어치는 극도로 높아졌다. 게다가 이번 FA 시장에는 빼어난 기량의 선수들이 많다. FA의 자팀 잔류 여부가 주목되는 이유다.
◇박한이.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이병규와 박한이는 어떤 대접을 받을까?
올해 16명의 FA 신청선수 중 자격을 다시 확보한 선수는 박한이, 이병규다. 두 번째 FA 자격을 맞았다는 사실은 이들이 꾸준함과 실력을 겸비한 선수임을 증명한다.
게다가 이들은 올해 최고조의 활약을 펼치면서 아직 실력이 녹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박한이는 한국시리즈에서 소속팀이 어려울 때마다 결정적인 성과를 내면서 결국 최우수선수(MVP)가 됐고, 이병규도 시즌 초반 부상때문에 고전했지만 무려 3할4푼8리라는 높은 타율과 고참의 존재감까지 더해지며 소속팀의 11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기여했다.
박한이와 이병규가 삼성과 LG를 떠날 확률은 희박하다. 해외진출(이병규·2007~2009) 기간을 빼면 박한이와 이병규는 기존 소속팀 선수로서 꾸준하게 활약했고, 삼성·LG도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팀의 베테랑을 붙잡는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야구계의 관심사는 '어떤 대접을 받게 되느냐'는 것이다. 박한이는 지난 FA 계약 당시 '2년간 최대 10억원'을, 이병규는 2009년도 시즌 이후로 한국에 복귀할 당시 '2년간 최대 9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둘다 자존심을 구긴 것이다.
박한이와 이병규는 지난 2009년 겨울 아쉬운 기억을 이번에 씻겠다는 각오다. 각각 제대로 대접을 받을만한 활약도 펼쳤다. 나이가 들며 어느새 '노장' 소리를 듣는 때이나, 오히려 실력은 더욱 나아졌기에 나이 영향은 없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우선협상 기간이 지나고 시장에 직접 나온다면 이들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한껏 솟아오를 것이 자명하다. 그리고 이들을 다른 팀에 빼앗겼을 경우 기존 소속팀 팬들이 구단과 모기업에 표현할 섭섭함은 상상이 불가능하다. 이들에 대해 기존 구단이 대접할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니다. 어떤 형태로 이들의 위상을 높여 잔류시킬지 야구계와 팬들의 관심이 모아진다.
◇과연 어디까지 몸값 기록이 오를까
FA 수가 많지만 그만큼 빼어난 실력을 보유한 선수도 많다. 지난 FA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도 몸값 폭등이 예상되는 이유다.
기준점은 이미 높아졌다. 둥지를 갈아타긴 했지만 지난해 김주찬과 2012년 이택근이 연이어 '4년간 최대 50억'의 계약을 맺으면서, 올해 뚜렷한 활약을 보여준 FA는 김주찬과 이택근이 받은 금액 이상으로 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팀을 옮길 FA는 물론 기존 팀에 머무르는 FA도 다름없다. 야구계 일각에선 강민호는 물론 이용규-장원삼-정근우 등도 종전 최고 FA 금액(심정수, 2004년 4년 60억원)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7위와 9위인 NC와 한화로 인한 FA 몸값 상승도 점쳐지는 모습이다.
올해 처음 1군에 모습을 드러낸 NC는 신생팀 지원 정책에 따라 올해도 아무런 보상선수 없이 금전 보상만 하는 FA 영입이 가능하다. 보상선수를 내줘야 하는 내년보다 올해 화끈한 배팅을 할 여지가 있다. 게다가 FA 시장에는 NC 연고인 경남권 출신 선수도 있다.
한화는 지난해 류현진(현 LA다저스)의 미국 진출로 받은 포스팅 금액 2573만7737달러33센트(한화 약 280억원) 거금이 아직도 있다. 좋은 FA가 많은 올해 '실탄'이 매우 풍부한 한화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제한된 돈으로 최고의 선택을 통해 팀의 전력을 끌어올리려는 구단과 더욱 많은 금액의 계약을 이끌려는 FA의 치열한 눈치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2013년 FA 권리 행사를 신청한 선수 1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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