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이석기 녹취록 '일부왜곡' 인정.."시간 촉박했다"
"중요사건으로 판단, 서둘러 재청취 필요성 느꼈다"
2013-11-15 13:16:02 2013-11-15 13:19:35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국정원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와 관련된 발언을 녹취록으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왜곡'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해당 발언은 이른바 '5월10일 곤지암수련원 발언'과 '5월12일 합정동 마리스타수녀원 발언'으로 검찰이 이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의 결정적 증거로 삼은 부분이다.
 
이는 녹취록 내용이 일부 왜곡됐다는 변호인 측의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진 것이어서, 향후 공판에서 이에 대한 진위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정원 수사관 문모씨는 15일 수원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김정운) 심리로 진행된 이 의원 등 7명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피고인 측에서 (녹취록 진위 여부에 대한) 이의 제기가 있은 후 녹취록을 수정 보완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제출한 이 의원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 내용은 기존의 '성전(聖戰) 수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선전 수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로 수정됐다.
 
또 '결전성지' 발언이 '절두산성지'로, '전쟁에 관한 주제를 호소' 발언이 '전쟁 반대투쟁을 호소' 등으로 각각 수정됐다.
 
변호인 측은 "전후 문맥을 추정하고 들으면 '절두산성지'가 '결전성지'로 들릴 수 없다"고 지적하며 "다른 녹취록도 모두 왜곡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문씨에게 "절두산성지와 결전성지는 글자 수 자체가 차이가 있어, 쉽게 오인할 수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씨는 "다수의 사람이 등장하고 말이 빨랐으며, 녹음 상태가 불량했던 탓"이라며 "재판에서 확인될 내용을 의도적으로 왜곡할 이유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5월12일 녹음 파일을 녹취록으로 작성해 완성한 당시 "중요한 사건이라 녹취록을 빨리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재청취의 필요성을 느끼긴 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문씨는 "5월10일 이 의원이 '김근래 지휘원 자네 뭐하는 거야 지금'이라고 말하는 부분은 똑똑히 들었다"며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확인된다"고 말했다. 앞서 변호인 측은 이 부분 발언이 '김근래 지금오나'라고 주장했었다.
 
일단 재판부는 이 의원의 해당 발언이 담긴 녹취록을 증거로 채택하고 증거능력을 부여할지 여부는 법정에서 녹음 파일을 청취한 뒤 판가름할 계획이다.
 
오후 2시10분부터 이어지는 공판에서는 녹음파일의 위변조 여부를 가리기 위해 국과수 직원과 서울시립대 교수 등이 출석해 증언할 예정이다.
 
◇수원지법 청사(뉴스토마토 DB)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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