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무성 의원님, 그 찌라시 좀 공유합시다
2013-11-14 11:15:49 2013-11-14 11:19:28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불법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갑자기 '증권가 찌라시'를 들고 나왔다. 
 
지난 6월 26일 "지난 대선 때 대화록을 입수해 읽어봤다"고 패기만만하게 단언했을 때와는 너무도 비교되는 궁색한 해명을 내놓은 것.
 
검찰 조사를 마친 뒤 대화록 원본이 아닌 찌라시를 봤다고 발을 빼는 '부산 싸나이'. '무대'(무성 대장)의 모습에 그와 같은 PK 출신인 기자는 적잖이 실망했다
 
 
지난해 12월 14일 부산 유세에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올해 6월 공개한 대화록 원본과 사실상 똑같은 내용의 연설을 화끈하게 내질렀던 기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김 의원은 13일 검찰에 소환돼 9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으로 대화록을 본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작년 선거 당시 하루에도 수십가지의 각종 찌라시(정보지)가 난무했다"며 "그중 대화록에 관한 일부 문건이 들어와 밑에서 보고서 형태로 문건을 만들어 정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 문건이 정문헌 의원(노무현 NLL 포기 의혹 최초 제기자)이 이미 얘기한 것과 동일했고 블로그나 월간지 등에서 나와 있는 내용과 같아 대화록 중에 일부가 흘러나온 것이라고 판단하고 발언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대선 전 '노무현 NLL 포기' 의혹 관련 내용이 담긴 찌라시를 봤는데, 정문헌 의원의 말과 일치하는 등 대화록 내용 일부가 맞다고 판단해 자체적으로 문건을 새로 만들어 그것을 문제의 부산 유세에서 읽었다는 얘기다.
 
김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대통령기록물인 대화록 원본을 남재준 국정원장이 공개하기 이전에 불법으로 입수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김 의원은 대화록 원본과 지난해 부산 연설의 내용이 사실상 정확히 일치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고 찌라시를 전면에 내세워 논란을 자초했다.
 
더욱이 그는 "정보지의 출처는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찌라시의 근거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그의 해명은 결국 '모든 책임은 찌라시에 있다'는 뜻이고, '난 모르겠으니 찌라시에 물어봐라'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화려하게 여의도에 귀환한 요즘 새누리당 실세라는 그의 체면이 와작 구겨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누구도 볼 수 없었고 봐서도 안 됐던 당시 대화록 원본과 똑같은 내용의 연설을 무려 '찌라시'를 보고 비분강개해서 했다는 김 의원에게 부탁 하나 드리고 싶다.
 
"김 의원님. 그 찌라시 정말 신통방통합니다. 대체 어디서 어떻게 구하셨는지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그 찌라시 국정원에서 만든 것 맞죠?"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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