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10대그룹의 곳간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늘었다.
일부 그룹들이 유동성 위기에 허덕이는 가운데, 재벌그룹들은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사내 유보금을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중된 자금은 그룹사 간 불균형을 넘어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투자의 지연과 축소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일자리와도 맞닿아 있어 정부 방침과도 어긋난다. 결국 MB정권의 낙수효과 실종을 답습할 가능성이 커졌다. 때문에 제도로 유보 비율을 제한, 투자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
이는 현재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개정안과 직결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사내 유보금에 대한 과세가 현실화될 경우 재벌그룹들이 부담해야 할 과세액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도 덩달아 커졌다.
20일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국내 10대그룹 82개 상장사(금융사 제외)의 사내 유보금을 조사한 결과, 올 2분기말 기준 47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3년 전인 2010년말 331조원에 비해 43.9%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사내 유보율도 1376%에서 1668%로 291%포인트 뛰었다.
사내 유보금은 기업의 당기이익금 중 세금·배당 등으로 지출된 금액을 제외하고, 사내에 축적한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을 합한 금액이다. 이를 납입자본금으로 나누면 사내 유보율이 된다. 유보율이 높을수록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무상증자·배당 가능성도 높은 기업으로 평가 받는 반면 투자 등에는 소극적으로 해석된다.
그룹별로는 롯데그룹의 사내 유보율이 5123%로 가장 높았다. 다만 2010년 5469%에 비해서는 346%포인트 낮아졌다. 제2롯데월드 등에 대한 투자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사내 유보금은 26조5000억원으로, 2010년 17조7000억원에서 49.5% 급증했다.
사내 유보율 2위는 3722%를 기록한
포스코(005490)가 차지했다. 7개사의 사내 유보율이 2010년보다 342%포인트 상승했으며, 사내 유보금도 17.7% 늘어났다.
3위는 삼성그룹으로 13개 상장사의 사내 유보율이 3709%에 달했다. 2010년 2478%에서 3년 새 무려 1232%포인트 폭증했다. 상승폭으로는 10대 그룹 중 단연 최고다. 삼성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사내 유보금도 162조1000억원에 달했다. 2010년 108조원 대비 50.1% 늘었다.
현대중공업(009540)그룹은 3340%로 4위에 올랐다. 2010년에 비해 760%포인트 상승했고, 사내 유보금은 약 30% 늘었다.
5위는
현대차(005380)그룹이 차지했다. 사내 유보금은 100조6000억원으로 금액 순으로 삼성에 이어 많다. 증가율은 삼성보다 2배 높다. 사내 유보율은 1926%로, 10대 그룹 평균치(1668%)를 약간 웃돌았다. 해외 현지공장 건설에 투자가 집중됐다.
반면 한진그룹은 사내 유보금이 2010년 5조4000억원에서 올 2분기 2조7000억원으로 10대그룹 중 유일하게 줄었다. 주력 사업인 항공의 침체 등이 겹치면서 유동성 또한 고갈됐다.
◇2013년 2분기 10대 그룹 상장사 유보율 순위(단위: 십억 원)
기업별로는 상위 10위권에 롯데그룹이 계열사 4곳, 삼성그룹과 SK그룹이 각각 2개씩 이름을 올렸다.
반면 사내 유보율이 가장 낮은 기업은 SK브로드밴드로 –21%였다. 롯데그룹의
현대정보기술(026180)도 -11%를 기록하며 두 회사가 유일하게 마이너스 유보율을 보였다.
사내 유보금은 삼성전자가 137조8000억원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2위 현대자동차와도 3배가량의 격차를 보였다.
한편 올 초 30대 그룹은 투자 155조원, 고용 14만명의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새 정부 출범에 경제민주화 효과가 더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10월에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0대 그룹과 만나 투자 및 고용 이행에 대한 중간 점검을 마쳤다.
3분기 기준으로 누적 투자금액이 목표치의 60%대 수준인 그룹들이 상당수 있음에도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0대 그룹의 상당수가 4분기에 투자가 몰려 있어 목표 달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비쳐 빈축을 사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하반기 공채가 몰려 있기 때문에 개별 기업들의 고용 목표치는 대부분 채울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경영환경이 안좋기 때문에 투자가 당초 계획치를 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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