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최근 불에 타 숨진 남성 A씨가 전소된 주택 안에서 발견됐다. 타살 당한 것이 분명했지만 이렇다 할 증거가 없었다. 유일한 목격자인 A씨가 숨졌기 때문이다.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은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실마리가 잡혔다.범인은 A씨의 내연녀 B씨였다. 전날 두 사람은 A씨의 여자문제로 밤새 싸우다가 B씨가 A씨의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A씨를 살해했고, A씨가 살고 있던 주택 1층 역시 전소됐다. 검찰은 B씨를 현주건조물방화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대검 NDFC가 '2013년 3분기 과학수사 우수사례' 10건을 24일 발표했다.
디지털포렌식(digital forensic)은 PC나 노트북, 휴대폰 등 각종 저장매체 또는 인터넷 상에 남아 있는 각종 디지털 정보를 분석해 범죄 단서를 찾는 수사기법을 말한다.
검찰은 2008년 10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옆에 디지털포렌식센터를 열고 과학수사를 진행해왔으며, 지난 8월28일 디지털 증거 확보 능력 강화를 위한 국가 차원의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연구소'를 설립했다.
NDFC의 올해 3분기 과학수사 우수사례 중 주요사례를 소개한다.
◇대검찰청 디지철포렌식센터(사진=뉴스토마토DB)
#지난 1998년 10월 17일 새벽 5시30분쯤 구마고속도로 중앙분리대에서 여대생 정 모양이 23t 덤프트럭에 치여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단순 교통사고로 수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정양의 아버지 정씨는 경찰 수사결과를 믿지 않았다. 새벽에 딸이 혼자 고속도로에 갔다는 사실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정씨가 10여년간 끈질게게 노력한 끝에 결국 검찰이 나섰다. 검찰은 부검 재감정과 DNA대조, 교통사고 시뮬레이션, 최면검사 등 과학수사기법 총 동원한 끝에 스리랑카인 3명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수사결과 정양은 이들 스리랑카인 3명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급히 피신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 중 국내에 체류하고 있던 K씨(46)을 구속기소하고 공범 2명을 기소중지했다. 경찰은 정양 사건을 부실 수사한 것에 대해 정씨 등 유족에게 사과했다. 사건이 발생한지 15년 만이었다.
#C씨는 남편 B씨가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내자 자신이 혐의를 대신 뒤집어 쓰기로 했다. 관련 보험을 들어 보험금을 타낼 요량이었다. 사고차량을 견인한 견인차 기사에게 돈을 주고 거짓 진술을 하게 했다. 그러나 C씨의 주장에 의문을 품은 보험사는 C씨를 보험사기 등으로 고발했다. NDFC가 C씨의 휴대전화 모바일을 분석한 결과 혐의가 그대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C씨 등을 추궁해 관련자 모두를 불구속 기소했다.
#D씨 등 5명은 지난 4월 '결혼식 초청' 문자메시지를 클릭하는 순간 소액결제로 돈을 빼내는 스마트폰 앱을 만들어 14만7822건을 무차별 유포했다. D씨 일당은 이같은 수법의 ‘스미싱’으로 불과 이틀만에 105명으로부터 2000만원을 가로챘다. 검찰이 디지털수사기법으로 수사한 결과 이들은 한국, 중국, 일본, 미국 현지인들과 연계된 국제 사기단이었으며, 앞서 불법게임머니를 환전해 마련한 144억여원을 상품권으로 바꿔 중국으로 반출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이들 일당 5명 중 4명을 붙잡아 구속기소했다. 신종사기인 ‘스미싱’의 전모를 밝힌 최초의 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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