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국정원이 이른바 '혁명조직'(RO) 제보자에게 3년간 최소 25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한 사실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26일 수원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김정운) 심리로 진행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 7명의 내란음모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국정원 수사관 문모씨는 제보자 이모씨를 만날 때마다 10만~20만원을 현금으로 제공했다고 진술했다.
제보자가 문씨와 처음으로 만난 시점은 2010년 7월초이고, 실비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이듬해 초이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내란음모 사건이 공개수사로 전환된 지난 8월28일까지 문씨와 제보자는 1주일에 한 차례 이상을 만나 최소 250여차례 접촉했다.
문씨는 국정원의 공금 사용 내역은 기밀로 취급돼 기록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 금액을 특정해서 밝히 수는 없으나, "한 차례에 10만원~20만원을 건넸다"고 밝혔다.
한번에 10만원에서 많게는 20만원을 제공했으니, 최소 25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의 활동비가 지급된 셈이다. "개인적으로 만나기도 했다"는 문씨의 말에 비춰보면, 접촉 횟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어 "(제보자가) 사양해서 실례를 범하는 게 아닌가까지 생각했으나, '보상 차원'에서 받으라며 줬다"고 말했다. 지급된 돈의 성격은 국정원 공금이라고 설명했다.
문씨에 앞서 증인으로 출석한 제보자 이씨도 국정원에서 활동비를 받은 사실을 인정했으나 정확한 금액은 설명하지 않았다.
이씨는 "처음에는 사양하다가 활동비를 받았다"고 설명하고, "당시 사업으로 월 1500만원~1700만원을 벌고 있는 상황이어서 '턱없이 적은 금액'"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이씨가 국정원에서 활동비 이외의 금전적 보상을 받은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며 "RO를 제보하면 포상금 명목으로 상당한 액수를 받기로 설명을 들은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국정원에서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압력을 받자, 제보자가 수사에 협조했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제보자는 "간첩신고하면 포상금 나오는 거 초등학생도 아는 사실"이라며 부인하고, "절대 아니다. 소설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반박했다.
문씨는 제보자 이씨를 "상당히 정직하고, 순수하고, 강인하고, 착한 사람"이라며 "어떤 불의와도 타협할 성격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제보자 이씨는 증인신문 말미에 '특별히 할 말이 있으면 해보라'며 재판부가 발언 기회를 제공하자, 이 의원 등 피고인들을 향해 "이 기회에 자신의 활동을 돌아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저로 인해 (구속기소돼) 미안한 감정도 있다"면서도 "21세기 살아가는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을 이번 일을 계기로 돌아보라"고 말했다.
이날을 끝으로 제보자 이씨와 국정원 수사관 문씨에 대한 증인 신문을 마무리 됐다. 재판부는 제보자 이씨의 진술조서 등을 곧장 증거로 채택하지는 않고, 검토한 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수원지법(뉴스토마토 DB)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