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2일 오후 국회에서 새누리당•민주당 대표, 원내대표들이 모인 4인 회담이 열렸다.
회담을 시작하고 한 시간 뒤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여야 대표간 고성이 터져나왔다.
황우여 대표가 예산안 처리를 강조하며 “예산안 처리는 국민을 위한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책상을 내리치는 소리가 들리며 김한길 대표는 “나 김한길이 (대표직을) 관둬도 좋다 이거야. 누가 죽나 한번 봅시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결국 3일 회담을 다시 열자는 것만 합의하고 끝났다.
정부기간 대선개입 의혹 특검과 국정원 개혁 특위, 내년 예산안 등 계획했던 것들은 합의되지 못했다.
청와대가 회담 중간에 임명동의안 처리를 발표한 것은 간신히 조성된 국회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부은 격이다.
국회는 지난달 28일 새누리당이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단독으로 처리하고 민주당이 국회 일정 불참을 선언하면서 냉각된 상태다.
내년 예산안 등 시급한 사안들이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상임위에서 예산안을 단독 상정하겠다고 예고하면서 국회는 더욱 격렬한 대결 구도로 치달았다.
그러나 황우여 대표가 4인 회동을 제안하고 이를 김한길 대표가 수용하면서, 여야 대화 불씨는 간신히 살아났다.
새누리당도 4인 협의체를 배려했다. 이날 예고했던 예산안 단독 상정을 3일로 연기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명 강행은, 여야가 냉각된 정국을 풀려고 대화를 하는 와중에 앙금이 남아있는 민주당의 뒤통수를 친 셈이 됐다.
민주당은 임명 동의안에 대해 분노를 강하게 표시했다.
박수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4자 회담이 열리고 있는 시각에 야당이 그렇게도 반대하고, 정국 냉각의 원인을 제공한, 감사원장과 복지부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은 민주당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조치다”라며 “실망을 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명백히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다”라고 말했다.
◇4인 협의체가 성과 없이 끝난 후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운데)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우측 아래)가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News1
청와대의 임명안 강행으로 여야 대표들은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두 대표의 당내 리더십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지도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4인 협의체를 성사시켰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정부기관 대선개입 의혹 특검은 절대 안된다며 4인 협의체 자체를 반대했다.
앞으로 강경파 친박 의원들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황 대표의 입지는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김한길 대표에 대한 민주당내 비판도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한 특검을 요구하며 장외투쟁 등을 지휘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이 때문에 당내 강경파로부터 압박을 받아왔다.
김 의원은 지난달 29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내 직을 걸고 투쟁하겠다”며 투쟁 의지를 나타냈다.
그러나 야당의 주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한 청와대의 임명 강행으로 민주당 내부에서는 김 대표 체제의 성과와 리더십에도 의문이 제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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