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연탄 한장 600원..올해 더 추운 영등포 쪽방촌
작년보다 겨울용품 지원줄어
서울시, 실질적인 자활사업에 초점..연말 지원계획
2013-12-06 11:15:36 2013-12-06 11:19:15
[뉴스토마토 문정우기자] 지난 5일 오전 8시, 영등포역 6번출구 옆 허름한 골목.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두꺼운 점퍼차림으로 골목길을 서성이고 있었다. 새벽에 대부분 일을 나가고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은 주로 인근 교회나 서울시가 운영하는 희망지원센터로 모였다. 
 
◇영등포 쪽방촌에 위치한 서울시 희망지원센터. (사진=문정우기자)
 
이곳은 295가구가 다닥다닥 모여 살고 있는 이른바 쪽방촌 골목이다. 골목 곳곳에는 새로 페인트를 칠하고 연탄보일러를 손봤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는 올해까지 영등포구 쪽방촌의 리모델링을 완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절반 이상 완료 됐고, 아직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리모델링 후 쪽방촌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전기배선이 난무하고 난방시설도 전무한 모습과 사뭇 다르다. 전기배선이나 누전차단기는 건물내부로 깔끔하게 정리됐다. 전기는 벽에 설치된 콘센트에 연결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전화선과 인터넷망도 깨끗하게 정리돼 이용할 수 있다.
 
또 화재에 취약한 구조에 소화시설도 변변치 않았지만 화재경보기와 소화기가 배치됐다. 화재피해에 대한 걱정을 다소 덜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내부 도배를 포함한 창틀, 문 등이 새로 설치되면서 안정성이나 보안 문제도 개선됐다. 
 
◇리모델링된 영등포 쪽방촌 누전차단기와 내부모습. (사진=문정우기자)
 
하지만 쪽방촌 주민들은 여전히 걱정이 많다. 바로 추위다. 주민들은 이른 추위를 경험한 탓인지 앞으로 다가올 한파가 두렵기만 하다. 게다가 지난해까지 줄곧 이어지던 단체들의 지원도 확연하게 줄었다. 
 
60대 거주민 김모씨 "겨울철에는 연탄이 가장 시급하지. 연탄가격도 지난해 500원대였는데 이젠 600원까지 올랐어. 비싸. 오늘이야 영상이라 연탄 한 장만 떼면 되지만 영하까지 (기온이) 뚝 떨어지면 두 장씩 떼야 하는데… 한 달에 적어도 180장 들어가고 하루 세 번씩은 갈아야 하고… 여간 힘든 게 아니지"라며 한숨을 내쉰다.
 
그는 "작년 이맘때 (연탄이) 300장씩이나 지원 오고 했는데 올해는 사정들이 어려운지 연락도 없고 지원도 끊겼다"고 말했다.
  
골목 어귀에서 연탄 몇 장을 나르던 김모(55)씨는 "연탄보일러는 2~3년 뒤엔 손을 봐줘야 하는데, 그러면 우리가 인건비까지 내가면서 관리해야 해요. 그게 30~40만원 정돈 걸로 알고 있어요. 부담스럽죠. 월세만 20만원 내는데요"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여기까지 공사(리모델링)가 진행은 됐지만 공사가 덜 된 곳은 걱정이에요. 더 추워지면 공사도 못할텐데. 저 쪽(리모델링 진행이 안된 곳)은 난방도 안돼요"라고 말했다.
 
◇영등포 쪽방촌 연탄 보일러. (사진=문정우기자)
 
◇市, 일회성 후원보다 실질적인 자활사업에 초점
 
이런 분위기 속에 서울시는 쪽방촌의 변화를 위해 실질적인 자활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시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5곳(남대문, 돈의동, 서울역, 영등포, 동대문) 쪽방촌에는 건물 총 290동, 쪽방 수 총 3621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곳에 약 3157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3000여명의 쪽방촌 주민들을 위해 시는 현대엠코와 함께 마을기업 설립, 임대지원사업, 입주 보증금 지원, 편의시설 개보수 등 실질적인 자활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시는 5일 오전 9시35분 신청사 6층 영상회의실에서 박원순 시장과 손효원 현대엠코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현대엠코 디딤돌하우스 프로젝트 협약'을 체결했다.
 
◇5일 서울시는 현대엠코와 '디딤돌하우스 프로젝트' MOU를 체결했다. 사진 왼쪽은 손효원 현대엠코 사장, 오른쪽은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제공=서울시)
 
이번 사업은 일회성 생필품 후원에서 벗어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일자리와 문화프로그램, 나들이 행사를 제공하는 등 정서적인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협약 내용은 ▲월세 부담 완화를 위한 임대 지원 ▲매입임대주택 입주 보증금 지원 ▲쪽방상담소와 주민 편의시설 개보수·확충 ▲일자리 창출을 위한 마을기업 설립·운영 지원 ▲문화강좌, 자치활동, 나들이 행사 지원 ▲노숙인·쪽방주민의 신춘문예인 '민들레예술문학상' 후원 등이다.
 
이를 위해 시는 주민을 위한 시설물 설치 장소, 인허가 등 행정적 협조를, 현대엠코는 3년에 걸쳐 사업추진 비용 10억원을 각각 지원키로 했다.
 
앞으로 시는 쪽방촌 5곳을 중심으로 사업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3년 후 전국 쪽방촌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자활사업 모델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다.
 
◇市, 겨울철 대비 지원준비
 
시 희망복지과 한 관계자는 "지난해 연탄 봉사를 한 적이 있다. 올해도 12월 하순경 준비하고 있다"며 "현재  보일러 점검수리와 문풍지 발라드리는 것을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특히 쪽방촌을 위한 리모델링 사업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각 지역마다  특징·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 적합한 복지활동이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현대엠코는 서울지역 5개 쪽방촌 주민들에게 보급될 실내용 보온텐트를 선보였다. 보급되는 양은 총 600개다. 
 
리모델링이 안된 쪽방촌 방은 좁은 구조에 외풍도 심한데다 난방이 안되는 곳이 많다. 이에 우선 난방이 안되는 쪽방촌을 중심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현대엠코 관계자는 "쪽방촌 주민들의 난방비 부담과 추위를 덜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영등포 쪽방촌에 그려진 한 벽화. (사진=문정우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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