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올 한 해 호황기 수준의 수주량을 기록한 국내 조선3사가 실적은 하락세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은 단연 저가물량과 조선업의 특성이다. 지난 2009년부터 2010년 사이 수주한 저가물량이 올 초부터 실적에 본격 반영되면서 수익성 하락을 부채질했다는 평가다. 조선업의 특성상 수주물량이 당해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평균 3년의 시일이 소요된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는 지난달 말까지 총 472억달러 규모의 선박 및 해양설비를 수주했다. 이달 수주실적까지 포함할 경우 조선업 최대 황금기였던 2007년 이후 500억달러 돌파도 기대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말 기준 237억5000만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목표의 96.4%를 채웠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123억달러, 120억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목표의 95%, 92.3%를 달성했다. 3사 모두 연간 목표의 90% 이상을 달성한 상태로, 이달 추가 옵션 물량이 더해질 경우 올해 수주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이 같은 수주 호조세는 글로벌 상위 선사들을 중심으로 선가가 저렴할 때 선박을 미리 확보하려는 선제적 움직임이 확산된 덕이 컸다. 아울러 셰일가스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LNG선 수요가 늘고, 연비 절약을 위한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주문이 증가하면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국내 조선3사에 물량이 집중됐다.
하지만 이 같은 수주 성과에도 불구, 3사의 실적은 오히려 떨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선3사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7.5% 하락했다. 특히 중국 조선소들과 경쟁이 치열했던 상선에 물량이 집중되면서 전체 수주물량 중 상선 비중이 높은 현대중공업의 실적 하락폭이 가장 컸다.
현대중공업은 별도 기준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 6323억5742만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1조2020억1055만원에 비해 47.4% 가량 급감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 또한 지난해 6.5%에서 3.5%로, 45.5%포인트 추락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별도 기준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3150억5057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454억2429만원에 비해 8.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3.7%에서 3.1%로 18.0%포인트 줄었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유일하게 실적 증가세를 보였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에 비해 해양플랜트, 드릴십 등 고부가 선박 수주 비중이 높아 저가수주로 인한 수익성 하락폭을 상쇄하고도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삼성중공업은 별도 기준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 9348억9910만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9003억2099만원에 비해 3.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8.3%로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나마 3사 중 유일하게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5일 윤영호 조선소장과 원윤상 설계담당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총 21명의 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부사장으로 승진한 원윤상 전무의 경우 고부가 해양설비인 드릴십과 LNG FPSO의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
반면 이달 중순 임원 인사를 앞두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실적 부진에, 잇단 납품비리 사건 여파로 중폭 이상의 경질이 뒤따를 것으로 전해졌다. 갑질 관행에 대한 사회적 지탄을 의식함과 동시에 새 주인 찾기에 나선 상황에서 조직의 분위기를 쇄신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29일 이번 인사를 통해 고위 임원 10여명에 대한 사표를 수리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다만 해당 임원에만 책임을 묻고 사태를 일단락 지을 경우 경영진에 대한 비판으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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