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내년도 채권금리가 추세적인 상승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은 대세로 굳어졌다. 상반기가 높고 하반기 낮은 '상고하저'의 패턴이 예상되는 가운데 상승 폭을 둘러싼 고민은 채권시장의 최대 과제가 됐다.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금 흐름, 이른바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이 채권시장의 화두가 된지 오래다. 경기 회복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확산되고 미국의 점진적인 양적완화 축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벌써부터 그 가능성은 더욱 또렷해지는 모습이다.
9일 대신증권, 동부증권, 신영증권, 하이투자증권, 한양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증권, NH농협증권 등 8개 증권사 채권 전문가들은 2014년 채권시장의 금리 상승 요인이 우세하다고 입을 모았다. 방향성보다는 상승 폭이 관건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들은 내년도 국고채 3년물 연 평균 3.11%를 예상했다. 하이투자증권은 가장 높은 예상금리(3.22%)를, 한화투자증권이 가장 낮은 값(2.98%)을 제시했다. 시장 흐름의 가장 중요한 변수로는 미국의 테이퍼링 이슈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채권보다 주식 선호"..美 테이퍼링 시점이 출발점
낮아진 기대수익률에 비해 변동성 위험이 높아지면서 채권에 대한 보유 메리트는 떨어지는 구도다. 지난 5~6월 채권시장에서 나타났던 변동성 확대 국면은 이에 대한 전조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동락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제한적인 주식으로의 자금 이동이 가능해 보인다"면서도 "다만 그 스타일은 주식이 매력적이란 측면이 부각되기보다 채권 보유 메리트가 과거에 비해 줄어들고 있다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평가했다.
평균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금리 수준과 달리 경로는 '상고하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양적완화 축소라는 미국발 통화정책 이벤트의 영향력이 상반기에 크게 영향을 미치면서 금리 수준을 끌어올린 이후 하반기는 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테이퍼링이 시작되는 시기는 그 출발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보다는 주식에 대한 투자선호가 점차 강화될 전망"이라며 "강도는 미약하더라도 그 출발점은 테이퍼링이 시작되는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기회복은 주식선호를 지지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미국과 중국의 정책리스크로 인해 글로벌 디레버리징 국면이 이어지고 경기 회복 강도가 강하지 않다는 점은 채권 투자 메리트를 지지해줄 것이란 평가다. 하지만 하반기 실질적으로 경기회복세가 가시화되고 통화정책 변경에 대한 경계 강화 등으로 채권보다는 주식 선호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설명이다.
<국내·외 금리전망>
◇"채권약세, 오히려 매수기회"
채권금리 상승(약세) 요인이 많은 상황이다. 가장 큰 위협 요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신흥국에서의 자금이탈 우려다.
국내에서는 3년여 만에 3% 성장에 대한 전망이 금리 상승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금리상승에 대한 우려가 장기투자기관들이 매수를 기피하는 '수급 꼬임 현상'이 더해질 경우 금리 상승 폭은 예상보다 더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신동수 NH농협증권 연구원은 그 상승 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하락을 견인할 만큼 강한 수급이 뒷받침되기는 어렵지만 최근의 금리 상승으로 미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 관련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반영됐다는 점에서 하락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신 연구원은 "장기투자기관을 중심으로 한 꾸준한 채권투자가 금리상승을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신 연구원은 과거 기준금리 인하 종료 이후 기준금리가 동결되는 국면에서 높은 성장률과 물가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채권금리 상승세가 지속되지 못했던 점도 예로 들었다.
그는 "다만 하반기 미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 종료, 국내총생산(GDP) 갭의 플러스 전환 등에 따른 긴축에 대한 논의로 채권금리의 오버슈팅 가능성은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만만치 않은 강세 요인에 맞서 이를 희석하는 요인도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다.
박혁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3%대 성장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과 1~2분기 형성될 전년동기비 성장률 고점 전망은 금리상단을 제한하거나 소폭의 랠리를 지지할 것"으로 판단했다.
금리상승은 오히려 매수 기회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소영 한양증권 연구원은 "2014년 금리는 미국의 경기회복 기대감과 온돌효과로 미 금리 상승과 함께 동반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그러나 2015년을 기준으로 볼 때 2014년의 금리 상승은 채권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지 않다는 점과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성장동력이 약화될 것이란 진단은 그 배경이란 설명이다.
그는 "시장에 만연해 있는 미국발 경기회복 기대감이 채권금리를 일시적으로 오버슈팅으로 이끌 수 있고 글로벌 정치적 불확실성이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며 "그때마다 채권을 적극 매수할 것"을 권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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