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끝내 한발 물러섰다.
제약계에 의사들까지 나서 대정부 투쟁을 선언하면서 입지가 한층 좁아졌다는 분석이다. 취임 이전부터 물의를 빚으며 국회 청문회에서 퇴짜를 맞은 터라 강경 일변도의 자세를 고수하기 힘들어졌다는 해석도 더해졌다.
문 장관은 16일 오전 제약협회를 전격 방문했다. 예정에 없던 방문으로, 그간 협회를 비롯해 제약계의 면담 요청을 매몰차게 거절한 것에 비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날 만남은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제약협회에서는 이사진이 참석했다.
간담회 결과, 제약업계 최대 현안인 시장형실거래제 재시행이 잠정 보류됐다. 복지부와 제약협회는 시장형실거래 재시행 협의체를 구성,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합의했다. 오랜 갈등 끝에 원점 재검토로의 회귀였다.
문 장관은 이 자리에서 “정부와 제약협회, 그리고 관련 전문가 등으로 협의체를 최대한 빨리 구성해 정확한 데이터 등을 분석해 가며 제로베이스(원점)에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그간의 강경 일변도에서 크게 선회한 것.
이에 이경호 제약협회 회장은 “협의체 구성은 좋은 제안”이라며 환영 의사를 밝힌 뒤 “임기응변적인 제도들이 쏟아져 매우 복잡하고 제약산업 전반에 감내하기 힘들 정도로 부담을 줬다는 점에서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결정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괄약가인하 등으로 앞으로도 매년 2조원대의 약가인하가 계속 발생하는 등 약가 거품이 사라진 상황에서 시장형실거래제를 재시행하겠다는 것은 정책의 시의성에도 전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원배 제약협회 이사장(동아ST 부회장) 역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R&D 투자, 글로벌 진출을 하려 해도 여력이 없다"며 "업계가 고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제도가 시행되면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번 협의체 구성은 복지부의 재시행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나온 타협안으로서, 사실상 정부가 제약협회의 강경 공세에 백기를 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13일 제약협회의 대정부 투쟁 선언에 이어 15일 대한의사협회가 ‘원격의료·영리병원 반대’를 이유로 총 궐기대회에 나서면서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 행보에 대한 미심쩍은 시선도 여전했다. 제약협회가 초강경 카드를 꺼내들자 다급히 수습에 나선 것에 불과하다는 해석으로, 이는 곧 시장형실거래제 재시행에 대한 명분쌓기용 수순밟기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문형표 장관(가운데)이 16일 한국제약협회를 긴급방문, 제약협회 이사장들과 간담회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조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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