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최근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가운데 '표준'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 중이다. 표준을 확보하면 시장과 무역규범을 주도하며 수출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지만 표준을 놓치면 비용과 무역장벽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국제표준 선점과 표준정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중국 등 후발주자들도 이 분야에서 속도를 내는 상황. 이에 정부가 산업 전반에 걸쳐 국가표준을 정비하고 해외 표준정책을 분석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국제 표준전쟁에서 밀려나지 않으려고 대응책 마련에 애쓰는 모습이다. 지난 12일에는 산업표준화 정책을 맡은 기술표준원을 국가기술표준원으로 개편해 정부부처의 표준정책을 총괄·관리하게 하고 날로 높아지는 해외 기술규제에 대응하도록 했다.
이처럼 국제 표준전쟁 한창인 이유는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이 동시에 중요해진 탓. 미국과 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자유무역을 외치면서도 자국에 불리한 산업을 지키기 위해 산업표준과 기술규정, 적합성 등을 내세워 교역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
실제로 WTO 통계를 보면 표준을 통한 기술장벽(TBT: Technical Barriers to Trade) 건수는 매년 증가세로, 지난해는 사상 최대인 1560건을 기록했다. 이 중 개발도상국에 대한 선진국의 기술장벽 통보 건수는 2009년부터는 전체의 80% 이상을 웃돌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등을 앞세워 해외시장을 점령 중인 우리나라에 대한 기술장벽 역시 높아지고 있는데 산업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에 대한 특정무역현안 관련 기술규제는 지난 2005년 3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4건으로 해마다 상승세다.
◇우리나라에 대한 특정무역현안 관련 기술규제 건수 추이(2013년 1월 기준, 자료=국가기술표준원)
우리의 가장 큰 수출국인 중국의 '표준' 장벽도 걱정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수입규제, 수입쿼터 등 일방적인 무역규제 조치를 취하는 나라로 유명한데 중국은 강제인증제도(CCC: China Compulsory Certification)라는 이름의 표준정책까지 운용하고 있다.
이는 130여종의 상품에 적용되는 표준인증으로 중국에 수출할 업체는 반드시 CCC를 얻어야 하고 CCC 없이 교역하면 벌금을 물게 됐다. 하지만 중국의 표준적합성 판정이 워낙 복잡한 데다 기준까지 모호해 CCC 취득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문제가 있다.
자칫 정부가 손 놓고 있다가 선진국에 밀리고 중국 등에 따라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미국과 EU 등은 기후변화 대응이니 산업규격 일치화니 특허권 보호 등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해외 표준장벽에 공세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표준을 소홀히 여기면 수출길이 막히고 정부의 신뢰도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분야별 국제표준 비중(2011년 기준, 자료=국제표준화기구)
이와 관련해 정부는 국내 중복인증을 통합하는 등 국가 표준운영체계를 개선하고 해외 표준정책을 수집·분석하고 교류를 늘려 기술장벽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국가 표준이 부처별로 다르고 체계가 복잡해 기업불편과 행정부담을 일으킨다는 지적에 따라 각 부처의 기술기준과 한국산업규격(KS)을 일치화시키는 등 국가표준 개발시스템을 개편할 계획"이라며 "국내 기술규제부터 국제규범에 맞게 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해외 규제당국과 적극적인 협의를 추진하는 한편 해외 표준정책 동향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해 상대적으로 기술규제에 취약한 중소기업 등을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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