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재개발 조합비리..근본 대책있나
조합운영 현장점검..자금관련 문제 많아
서울시, 제도개선·현장지원 계획 마련
2013-12-19 15:30:12 2013-12-19 15:33:58
[뉴스토마토 문정우기자] #마포구 A 뉴타운 지역. 이곳 조합장은 법인 통장에 있는 8억원을 개인 통장으로 빼돌려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B 뉴타운 구역 조합은 운영비 절감을 위해 자체적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실태조사 결과, 조합장과 여직원 2명이 조리사를 고용해 봉급 110만원을 지급하는 등 월 식대만 무려 380만원을 지출했다. 지난해만 지출비용이 4600만원에 이른다.
 
재개발 조합비리가 도를 넘어섰다. 하지만 업무절차상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적발하기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서울시가 지난 2년간 조합 비리를 파헤치고 후속조치와 지원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다. 정부와의 관련법 개정도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개선과 함께 해당 지자체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 조합운영 현장점검..자금관련 문제 많아
 
시는 첫 현장점검으로 지난 2년간 정비사업 조합의 내부운영 현장을 들여다보고 방만함과 부조리, 비리의혹을 파헤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이와 함께 실태조사와 공공지원, 엄정한 후속조치, 구역 여건 별 현장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합동점검반은 시·구 직원과 회계전문가 등 총 40명으로 구성, ▲회계분야(자금관리 및 예산집행 등) ▲계약분야(용역업체 선정 및 대금 지급 등) ▲조합행정 분야(상근직원 근무실태 및 사무관리 등)를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시 관계자는 "조합 운영의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뉴타운 수습방안이 완전성을 갖기 어렵다"며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점검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점검결과, 사업추진 노력보다 운영비용을 증가시키고 자금차입이나 관리, 용역계약, 예산집행 등 자금관리에 있어 방만화 부조리, 비리 의혹이 다수 드러났다. 
 
특히 회계와 관련해 비리문제가 가장 많았다.
 
서울 상계동 C 뉴타운 추진위원회는 승인 전 이미 4억원을 사용했다. 승인 후에는 5년간 단 한번도 총회를 열지 않으면서 사업추진 노력 조차 없이 운영비 명목으로 4억원을 지출하는 등 모두 8억원의 비용을 낭비했다.
 
시는 최소 86개 이상 추진위가 개인통장으로 자금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면으로 제출된 119개 추진위원회 중 33개 구역만이 사업자등록을 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D 조합의 경우 조합자금을 총회 결의 없이 설계자와 정비업체, 조합원에게 무이자로 10억원을 빌려줬다. 조합장은 절차 없이 수시로 100만원씩 빼내 약 3300만원을 대여 받기도 했다.
 
또 용역계약과 관련해 평균보다 2배 이상 부풀려 계약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E조합은 정비업체 용역비 3.3㎡당 평균 3만3800원보다 2배 많은 6만9000원에, 설계용역비 평균 4만8800원보다 2.5배 많은 12만2700원에 계약을 체결한 셈이다.
  
◇시, 제도개선·현장지원 계획 마련
 
시는 이번 현장점검에서 적발된 사안을 토대로 엄정한 후속 조치를 취한다. 1년 이상 정체된 구역에서 사업추진 노력 없이 운영비만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제도개선의 경우 ▲현금사용 원칙적 방지 ▲구청장에게 현장조사 권한 부여 ▲자금차입부터 집행·결산까지의 재개발 회계처리 표준 기준 마련 ▲조합장 등 업무처리 규정 제정 ▲설계 및 정비업체 용역 표준계약서 마련 등을 추진한다. 또 사업자등록 의무화, 업무추진실적 주기적 통지 등 방안도 점검한다.
 
이와 함께 시는 모범조합을 선정해 융자금리 인하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투명협약을 체결한다. 신용대출은 4.5%에서 3%로, 담보는 3%에서 1%까지 인하할 예정이다. 신용대출 기준으로 조합은 최고 30억 융자시 연 4500만원 이상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
 
아울러 구역 여건 별로 현장지원도 이어진다. 시범사업과 자문단 구성 등 사전준비를 올해 마치고 내년 본격 시행된다.
 
장기 지연, 갈등이 많은 구역은 정비사업 전문가(일명 '정비사업 닥터')를 파견해 대안모색을 지원한다. 공사비 등 용역비 산출 금액의 타당성에 대한 기술 지원은 '사업관리자문단'을 구성해 도울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비리의혹에 대한 수사의뢰는 각 건 별로 수위조절을 해야 한다"며 "이어 주민들 피해만 커질 수 있는 부분도 있어 이런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건 별로 조치사항을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잘못했다고 처벌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건기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조합이 그간 잘못된 관행을 당연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을 정도로 원칙과 가이드라인이 바로 세워지지 않은 게 현주소였다"며 "앞으로 회계 관련 표준규정을 마련하는 등 조합운영의 투명성 확보 방안을 계속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는 "최근 서울시내 회계상 조합비리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인터넷을 통해서 자금 흐름이 다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일 주민들이 조합비리를 포착했다 하더라도 법적 진행사항이 시간적·비용적 소모가 크기 때문에 상호간 힘들기만 할 뿐"이라며 "제도적 장치와 함께 각 지자체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동구에 위치한 한 재건축 아파트 단지. (사진=뉴스토마토 DB)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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