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주택 규모가 크고, 고가로 공급되는 탓에 주로 전세로 거래되던 아파트가 급속히 월세로 전환되고 있다. 최근에는 수억원의 보증금에 수백만원의 월세를 내야하는 대형 계약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전월세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11월까지 전국 아파트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은 31.6%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25.6%, 2011년 25.3%를 유지하던 월세 계약 비중이 올해 30%를 돌파한 것이다.
특히 전체 아파트 임대차 계약은 2011년 62만5696건에서 2013년 58만6518건으로 감소했지만, 아파트 월세 계약은 2011년 15만8341건에서 2013년 18만5781건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년도별 아파트 임대차 계약 추이(자료제공=국토부)
1~2인이 거주할 수 있는 소형 주택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다가구주택과는 달리 아파트는 거주 규모가 크고, 임차 가격이 높아 월세보다는 주로 전세로 공급돼 왔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고액의 보증금으로 재투자를 할 수 있어 전세가 선호됐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전세 보증금을 활용한 투자처가 마땅치 않고,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월세선호 현상이 맞물리며 아파트도 임대차 시장 구조도 월세화 바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올해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18만5781건으로, 지난해 15만1600건에서 22.5% 증가했다. 비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26만600건에서 30만9973건으로 18.9% 늘었다. 아파트 월세 계약이 비아파트 증가률을 웃돈다.
특히 몇년 사이 전세 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했고, 이를 따라가지 못한 세입자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오른 전세금의 일부를 월세 전환해 계약을 연장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실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리센츠는 2011년 196건이었던 월세거래가 올해 284건으로 늘었다. 2년전과 비교해 44%나 증가한 것이다. 전용 84.99㎡ 경우 보증금 5억원에 월세 40만원~70만원 사이로 계약이 체결됐다. 보증금을 3억원으로 내릴 경우 월세는 135만원, 2억5000만원은 130만원 정도의 월세를 받는다.
2011년 4억3000만원~5억5000만원이었던 이 아파트의 전셋값은 최근 5억5000만원~7억원으로 급등하며 반전세 형태의 월세 계약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신흥 주거 명문으로 떠오르고 있는 반포의 경우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 84.94㎡가 보증금 1억원~4억5000만원, 월세 225만원~350만원 사이에 거래된다.
고급 주상복합도, 대형도 아닌 국민주택규모의 일반 아파트가 수억원의 보증금을 내고도 일반 직장인의 한달 월급 수준의 월세를 내야 거주할 수 있다.
이정찬 유플러스리얼티 대표는 "주택규모와 임대료를 감안했을 때 아파트 월세는 일반 세입자로서 감당하기 쉽지 않은 액수지만 여러 사정상 반전세 형태로 계약하고 있다"며 "주거 선호도 면에서 아파트는 인기가 가장 높아 지금같은 시장 상황이 계속된다면 아파트도 월세가 대세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올해 11월까지 신고된 신규 임대차 계약은 총 126만2383건으로, 이 가운데 전세가 76만6629건(60.7%), 월세는 49만5754건(39.3%)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전세(66.1%) 비중은 줄고, 월세(33.9%) 비중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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