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올해 경매시장에 역대 가장 많은 사람과 돈이 몰렸다. 하우스푸어들의 투매, 부동산 바닥론, 정부의 부동산 부양 정책 등 영향으로 투자자들이 몰렸고, 그만큼 많은 돈이 움직였다.
24일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올해 경매시장으로 유입된 자금(낙찰가)은 지난달 23일 기준 총 17조132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말 기준 낙찰가총액 15조1247억원에 비해서는 13.3% 증가했다.
17조원은 통계산출이 시작된 2000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기존 최고는 2009년의 16조7200억원이었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올해 수도권 아파트경매 시장은 매매시장 장기불황과 하우스푸어, 전세난 등의 악재가 오히려 호재로 작용, 사상 최다 입찰자와 자금이 유입되면서 1년 내내 뜨거운 감자로 자리 잡았다"며 "법원 부동산경매의 대중화 원년이라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 한 해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올해 3차례에 걸쳐 내놓은 부동산대책이 결과적으로는 전세난 해소나 매매 활성화보다 경매시장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진단에 따라 내년 역시 경매시장이 아파트 쇼핑의 주요 도구로 사용될 전망이다.
◇아파트·다세대주택 등 주거시설 최다 낙찰
낙찰된 경매물건 수는 지난해 7만3237건에서 7만7868건으로 4631건(6.3%) 많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주거시설, 그 중에서도 아파트 낙찰건수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올해 아파트 낙찰건수는 1만8808건으로 지난해의 1만7192건에 비해 1616개(9.4%) 늘어 양적 증가폭이 가장 컸다. 이어 다세대 낙찰건이 8389개에서 9548개로 1095개(13.8%)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주택 투자 및 수요층의 경매시장 진입이 더욱 활발해졌음을 시사한다.
업무시설은 낙찰건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업무시설 낙찰건은 지난해 1542개에서 올해 1929개로 25.1%(387개) 늘었다. 이 중 오피스텔 낙찰건수는 1763개로 업무시설 전체 낙찰건수의 91.4%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 공장 경매낙찰건도 1559건에서 1876건으로 20.3%(317개) 늘어 적잖은 비중을 차지했다.
낙찰가총액도 용도에 따라 편차를 보였다.
주거시설 낙찰가총액은 지난해 5조6472억원에서 올해 6조5232억원으로 8761억원(15.5%) 증가, 금액 기준으로 증가폭이 가장 컸다. 이 중 아파트 낙찰가총액 증가액은 6854억원으로 전체 주거시설 낙찰가총액 증가액의 78.2%에 달했다.
이어 공장시설 낙찰가총액이 1조9633억원에서 2조6386억원으로 6753억원(34.4%) 증가했다. 경매진행 누적횟수에 비해 공장시설 낙찰가총액 증가폭이 큰 것은 건물 및 부지면적이 넓고 부속 기계가 함께 매각되는 등 공장시설 고유의 특성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 토지 낙찰가총액은 3조442억원에서 3조3020억원으로 2578억원(8.5%) 늘었고 업무시설 낙찰가총액은 2517억원에서 3913억원으로 1396억원(55.5%)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전체 경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 근린시설 물건은 경매진행 누적횟수가 줄어들면서 낙찰건수와 낙찰가총액도 동반 감소했다. 지난해 4만6751회였던 경매진행 누적횟수가 올해 3만7431회로 9320회(19.9%) 줄었고 낙찰건수도 8990건에서 8092건으로 898건(10%) 감소했다. 이 바람에 낙찰가총액도 3조5060억에서 3조4866억원으로 194억원(0.6%) 내려 앉았다.
◇아파트 쇼핑 1번지, '수도권 경매'..비수도권도 '활기'
올해 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으로 유입된 낙찰가총액은 단일연도 기준 사상 최고액인 3조6181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3조523억원에 비하면 18.5%(5658억원) 증가한 것이다.
1년 만에 낙찰가총액 증가분이 5000억원을 넘은 것은 국제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조7495억원)에 이어 2번째다.
아울러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총액은 전국 아파트 낙찰가총액(4조5278억원)의 79.3%에 달하는 규모다. 전국 법원에 쏟아진 아파트 낙찰자금의 80% 가까이가 수도권에 몰린 셈이다.
올해 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에 역대 최대 규모의 자금이 몰린 것은 담보대출 상환을 하지 못해 경매청구된 물건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매에 처음 나온 물건을 의미하는 아파트신건 수는 3년 연속 증가한 끝에 올해 역대 최다인 1만4157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대비 11.9%(1505개) 늘어난 것이다.
낙찰된 물건도 1만2403건으로 역대 최고 수준에 달했다. 올해 경매시장에는 입찰자 8만376명이 몰리며 지난해 대비 51.8%(2만7551명) 증가했다. 이 역시 통계 작성 후 최고 수준이다.
한편 비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은 경매 진행 누적횟수에 큰 차이가 없는 가운데 입찰자가 늘어남에 따라 입찰경쟁률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활발한 모습을 이어갔다.
올해 비수도권 아파트의 경매진행 누적횟수는 1만8175회로 지난해(1만7965회, 1.2% 증가)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연말까지 남은 기일을 감안할 때 최종적으로는 1만9000회 안팎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낙찰건수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선에서 머물 것으로 보인다.
입찰자는 지난해보다 다소 늘었다. 올해 비수도권 아파트 입찰자 수는 3만7584명으로 이미 지난해의 3만6381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입찰경쟁률은 5.9대 1을 기록, 역대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수도권 아파트는 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지난해 다 활기찬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역대 최고는 아니다.
이처럼 비수도권 아파트 입찰경쟁률이 더 높은 것은 경매진행 누적횟수 보합세와 신건 수 감소 등 전반적인 입찰기회 감소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올해 비수도권 아파트 신건은 지난해에 비해 9.3%(845건) 감소한 8270개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입찰기회 감소와 입찰자 증가가 겹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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