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2009년 전교조 시국선언에 가담한 교사를 일괄 중징계하는 처분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시국선언을 주도한 정진후 당시 전교조 위원장(현 정의당 의원)과 박석균 부위원장에 대해서만 중징계 처분을 내리는 게 적법하다는 것이 판결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경기도교육감이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을 상대로 낸 직무이행명령취소 청구소송에서 "정 전 위원장과 박 부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는 교원은 중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31일 밝혔다.
우선 재판부는 "전교조의 시국선언은 정치적 편향성 또는 당파성을 명확히 드러낸 행위"라며 시국선언 자체는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전교조 임원 등이 시국선언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는 했지만, 그 지위나 역할이 전교조 위원장과 부위원장보다 비위의 정도가 가볍다"고 밝혔다.
이어 "2차 시국선언은 1차 시국선언에 참가한 교사를 중징계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비판한 것이어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정도는 아니다"며 중징계사유는 아니라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 전 위원장과 박 부위원장은 시국선언과 규탄대회를 기획·주도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며 "객관적으로 중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징계수위는 지방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정할 문제이지, 교육부가 나설 사안은 아니라는 경기도교육청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교육공무원법령의 규정 형식 등에 비춰 국가공무원인 교사에 대한 징계와 징계의결요구는 국가사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 가운데 사립학교 교사에 대해 중징계의결을 명령한 교육부의 처분은 사립학교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교조는 2009년 6월18일 촛불집회와 피디수첩 사건 관련한 검찰 수사와 용산 철거 현장에 대한 경찰의 진압을 비판하는 내용 등이 담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당시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과 박석균 부위원장 등 전교조 간부와 교사 14명을 형사고발하고, 소속 시도 교육청에 중징계를 요청했다.
이에 전교조는 "시국선언 탄압을 중지하라"며 2만8634명 교사 명의로 추가 시국선언문을 2009년 7월19일 발표했다.
검찰은 교육부의 1차 시국선언에 참여한 정 위원장 등 14명을 국가공무원법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경기도 교육청은 2011년 6월 벌금형을 선고은 정 위원장과 박 부위원장에 대해서만 경징계를 의결했다. 나머지 12명은 경고 조치를 받거나, 징계를 면했다.
교육부는 2011년 7월 14명 모두를 중징계에 처하라고 경기도 교육청에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징계시효가 지나 이들에 대한 처벌은 경징계 등에 그쳤다.
이에 교육부는 2차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 10명을 중징계를 처할 것을 명령했으나, 경기도 교육청은 이에 불복하고 소송을 냈다.
◇대법원(사진=뉴스토마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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