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에 떠밀린 '변호사 범죄', 대책이 없다
변협, 서울변호사회 집행부 몇대째 '대책마련 고심'만
2014-01-03 00:25:21 2014-01-03 00:29:08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불법 콜센터를 통해 위법하게 사건을 대량수임한 변호사가 2일 재판에 넘겨졌다. 변호사 업계는 수임경쟁이 과열되면서 빚어진 '그릇된 생존법'으로 보고 있다.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로 뾰족한 재발방지 대책 등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검찰은 '오토콜 방식'으로 모집한 개인회생사건 신청인 명단을 바탕으로 457건의 개인회생 사건을 성공시켜 5억6000여만원 상당의 수익을 올린 변호사 이모씨(39)를 변호사법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업계와 변호사 단체는 이를 수임 경쟁이 과열되면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로스쿨생 배출 등으로 변호사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2005년 개업 변호사수는 7000명에 미치지 못했으나 2010년 1만여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9월까지 전국에서 활동하는 등록변호사수는 1만5956명이다. 변호사 수는 증가하는 반면 수임 가능한 사건 수는 제자리걸음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초임변호사는 물론이고 왠만큼 경력이 쌓인 변호사들도 생활이 팍팍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 중견 변호사는 "사무실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사내변호사 등 피고용인으로 재취업하는 변호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기업 등 사용자가 경력 법조인을 신입사원으로 채용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기업들이 30~40대의 경력 변호사를 신입사원으로 채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팀이 아닌 기업들의 준법지원인이나 정부나 공공기관의 법무 담당 자리도 한계가 있다보니 급증하는 변호사 수를 담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같은 구조적인 문제 탓에 변호사 단체들도 변호사들의 불법행위를 근절할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대한변협과 서울변호사회 역시 사안의 심각성을 오래 전부터 실감하고 있지만 몇대째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변협에서 오랫동안 회무를 맡아 일했던 중견 변호사는 "그동안 윤리교육을 강화해 실시해오고 있으나 생계와 관련된 상황이 악화 일변도로 가고 있어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변호사회 관계자도 "생계문제가 닥쳤을 때 (불법행위에) 자유로울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이번 사건의 경우는 변호사 업계 현실이 반영된 안타까운 사례"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변호사들의 불법행위를 눈감아 줄 수는 없다는 게 두 단체의 명확한 입장이다. 서울변호사회 측은 "'불법앞에는 평등이 없다'는 원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재판이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유죄가 인정될 경우 서울변호사회도 이 변호사에게 품위유지의무 위반 등을 적용해 징계를 의결한 뒤 변협에 징계를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변협 징계위원회는 이를 심사해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에 징계를 청구하게 된다.
 
징계수위는 영구제명과 제명, 3년 이하의 정직,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견책 가운데 결정된다. 변협이 판단해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징계가 취소될 수도 있다.
 
통상의 예를 보면, 변호사 윤리 규정 위반으로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 제명이나 활동제한 등의 중징계가 내려진 게 일반적이다. 징계가 청구된 변호사의 징계수위는 범행 회수와 사건 수임액에 따라 결정된다.
 
서울변호사회 관계자는 "해당 변호사의 혐의에 유무죄 판단이 내려지지 않아 확정해서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정직 등 중징계가 의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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