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영국 정부가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그간 가공식품에 함유된 염화나트륨의 비율을 몰래 조절해왔다는 것을 누가 알까.
실제로 영국 시민들은 켈로그의 콘플레이크에 들어있는 소금의 함유량이 처음에 출시됐던 것보다 60%나 줄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1990년대 영국 정부는 국민들의 비만율을 줄이기 위해 기업들의 자발적인 동의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당시 영국의 식음료 기업들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자제하는 등 대중의 건강에 대한 책임감을 통감하고 칼로리를 낮추는 데 힘써왔다.
90년대 영국에서 '소금 함량 낮추기' 캠페인을 진행했던 그라함 맥그레고르 캐쉬(Consensus Action on Salt and Health) 대표는 "현재도 슈퍼마켓에 있는 가공식품의 소금 함량은 25~40% 사이에서 점점 줄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가 국민들의 비만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사진=로이터통신)
이렇게 식음료업계의 소금 함량이 어느 정도 통제되자 이번에는 설탕 함량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영국의 비만 전문가들은 정부와 업계에 식음료에 들어있는 당분의 함량을 최고 30%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설탕대책위원회 소속 전문가들은 영국 정부가 소금 함량을 줄여왔던 것처럼 설탕의 양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간다면 대중들이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국민들의 섭취 칼로리는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이 이번에는 업계의 반발에 부딪혔다.
식음료연맹은 "업계가 염분이나 포화지방을 감축하려는 노력은 해왔지만, 설탕이 특별히 해롭다는 증거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비만은 음식을 적게 먹음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며 "설탕에만 트집을 잡는 것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설탕의 해로움을 주장하는 의사들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
아심 마로트라 심장학자는 "과체중 여부와는 상관없이 당분은 당뇨병의 원인이 된다"며 "설탕은 영양분으로서의 가치가 없기 때문에 설탕이 에너지를 내기 위해 몸에 꼭 필요하다는 업계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설탕을 술 또는 담배에 비유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요니 프리드홉 오타와대학 교수는 "아이들에게는 설탕이 술과 같다"며 "당뇨병이나 지방간 발병률을 높이고, 아이들을 폭력적인 성향으로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코카콜라 330ml에는 설탕 9티스푼이 들어간다(사진=코카콜라컴퍼니)
의학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접하기 쉬운 가공식품에 함량된 설탕량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330ml짜리 코카콜라 캔에는 9티스푼의 설탕이 들어가고 켈로그의 스로스티에는 300g당 4티스푼의 설탕이 들어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영국의 건강복지부는 "국민들의 비만을 줄이기 위해 섭취 열량을 조절하는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미 생산 제품의 열량을 줄이기로 합의한 38개의 기업이 있다"고 말했다.
코카콜라는 청량음료의 칼로리를 최소 30%까지 줄이겠다고 약속했고, m&m 초콜릿으로 유명한 기업 마스도 열량을 250칼로리까지 낮추겠다고 서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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